[현업단체 서한] 언론현업단체 대표들이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합니다

– 언론의 자유와 책무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대통령 공식 면담 요청서>

언론현업단체 대표들이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합니다.

– 언론의 자유와 책무에 대해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께서 자신 및 정부에 대한 보도 및 그를 보도한 언론사를 특정해 직접 언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 9월 미국 방문 시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MBC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등을 언급하며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 ‘이간질’, ‘악의적’이라는 표현 등으로 불편한 마음을 다시 한번 강하게 표현하셨습니다. 이에 해당 언론사 출입기자가 ‘악의적’이라는 표현의 근거를 물은 후 대통령실 1층 로비에는 가림막이 등장하고 출근길 약식회견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용산시 대 국민소통의 상징이 잠시 멈춰 섰습니다.

 

물론 이 일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도 아니고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예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방문 시 대통령 발언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이 초기 대응을 달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통령실이 일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11월 아세안-G20 순방시 전용기 이용 취재를 제한한 일에서 더욱 커졌습니다. 대통령실의 대응이 감정적이라는 비난부터 취재할 권리의 제한이라는 비판까지 여러 의견이 각계에서 쏟아졌습니다. 특히 세계최대의 언론인단체인 ‘국제기자연맹(IFJ)’과, 매년 대한민국을 포함한 각 국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 ‘국경없는기자회’가 우리 대통령실의 조치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언론자유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역시 특정 단체의 목소리만 들은 입장이라고 폄하하는데 그건 ‘국제기자연맹’과 ‘국경없는기자회’의 위상과 역할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의 본질을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대통령과 비판적인 언론간의 진영 대결로 몰아가는 주변 참모들의 조언을 배격해야 합니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일이고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그토록 부르짖은 ‘자유’의 핵심적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7~8개월 전 인수위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4월 4일 대통령직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와 현업언론6단체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인수위 측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간담회 장소도 언론노조 회의실로 정했습니다. 현업단체들은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방송 및 디지털미디어 부문 비정규직 노동시장 개혁 △지역언론 지원 △통합자율규제기구 활성화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사회적 논의기구로 확대 △‘10.24 자유언론의 날’ 지정 등 언론·미디어 정책 6대 의제를 설명하고 당선자와 인수위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인수위 측은 현업단체의 요청과 설명을 경청한 후 내부 논의와 검토를 통해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은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날 간담회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필요한 경우 추가로 소통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미디어정책개혁을 위한 새 정부와의 사회적 논의와 소통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수위를 끝내고 정부가 공식 출범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언론인들을 대하는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물가와 환율, 금리폭등은 심각한 민생위기를 불러왔고 여기에 국무위원 인사의 적절성 논란까지 더해져 새 정부는 지지율 급락이라는 국민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여당 정치인들은 ‘언론노조’를 호출해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회, 규제기관 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여론의 확산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권여당 책임자들의 입에서 MBC 민영화, YTN 민영화, TBS 폐지라는 극단적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보수 미디어학계에서도 ‘윤 정부 미디어정책의 실종’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공영방송은 다시 정치권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했고 우리가 그토록 끊어내고자 한 언론탄압, 언론장악 논란이 본격화됐습니다. 9월 대통령의 미국방문 발언 보도를 둘러싼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당의 대응은 수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자유 수호 전선에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말씀이 길어졌습니다. 지난 18일, 우리 국민 5만명이 본인인증을 거쳐 참여한 국민동의 청원이 성립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됐습니다. 언론의 자유과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여야 정치권이 분점해 임명하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사장 선임에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청원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언론에 대한 언급을 할 때마다 참여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국민들께서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국민동의 청원 성립에 따라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 관련 법률안들이 일괄 상정됐습니다. 여당에서는 즉각 ‘언론노조 장악법’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까지 언급했습니다.

 

이제, 대통령께서 나서주셔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언론 보도 하나하나에 직접 책임을 따지는 일 말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어떻게 구출할지, 공영방송을 둘러 싼 독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현장의 언론인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주시기 바랍니다. 참모들의 정무적 판단이 아닌, 오늘 날 언론자유를 이룩하기 위해 땀 흘린 현장 언론인들의 고견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언론단체 대표들도 대통령의 생각과 말씀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MB정부의 언론장악 정책과 판박이라는 말들이 나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공정과 상식이 과거 정부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두고, 치열한 논의, 허심탐회한 의견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우리단체들의 공개적인 면담 요청은 대통령 흠집 내기나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힙니다. 현장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걱정하는 언론인들의 고민과 진심을 대통령께 직접 전하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면담을 공식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면담에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11월 25일

 

현업언론인들을 대표하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양 만 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윤 창 현

한국기자협회 회장  김 동 훈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이 종 하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나 준 영

한국PD연합회 회장  최 지 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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