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부 성명]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어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자 하는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어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자 하는가

 

대구문화방송은 4월 30일 시사톡톡의 뉴스 비하인드 코너에서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
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를 방송했다. 바로 다음 날인 5월 1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광역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대구문화방송의 보도를 시정에 대한
왜곡·편파 보도로 규정하고 취재 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날 바로
대구시청과 관련 사업소(공무원교육원, 서울본부, 농수산물, 차량등록사업소 포함)에 대구문
화방송에 대한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는 긴급 공지
가 내려졌고, 같은 날 대구문화방송에 이와 같은 내용의 공문이 ‘우편’으로 직접 전달됐다.
어떤 점이 왜곡·편파적이라고 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대구시가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
적인 입장문에서 밝힌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구시는 “대구문화방송이 TK 신공항 특별법 초안에 있었던 활주로 길이·중추공항
규정 등이 삭제되어 신공항에서 유럽·미주 등 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는 정부 계획 단계 반영 사항이므로,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사전타당성 조사에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공항으로 건설되도록 협의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홍준표 시장
은 신공항에 3.8km의 활주로가 만들어져 유럽·미주 여행도 가능해질 것이며, 전쟁 등 유사
시에 인천공항을 대신해 중추공항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희망찬 미래를 역설해
왔지만, 불행히도 이번 특별법에서는 이 두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 ‘팩트’이다. 대구시가 스
스로의 입장문에서 밝혔듯 협의와 ‘정치력’을 발휘해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공항
으로 건설되기를 대구의 언론인 대구문화방송 역시 바라는 바이며 방송에서도 대구시의 준
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어떤 부분이 왜곡이며 편파적이라는 말인가.

둘째, 대구시는 “대구문화방송이 특별법상 기부 대 양여 차액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예산이 없으면 지원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예산
활동의 기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며,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 지원은 이미 기
재부 등 정부와 국회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애당초 정부가 초과 사업비 전체를
국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특별법 초안에도 이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지지
만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은 “국비 지원 초과 부분에 대해 ‘일부’ 지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의견이 있었
지만 의원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혔고, TK 신공항 주변지 개발·종전 부지와 관련된 국고 지
원은 정부가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언론에 인터뷰를 했다. 결국 ‘예산의 범위’ 안
에서 지원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물론 대구시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정부와 국회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상당 부분 타협을 통해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빠진 부분들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 보도의 방향이었다. 만약 대구시의 주장대로
라면 기재부 등 정부와 국회도 동의했으니 특별법에서 차액 국비 전액 지원이라는 문구가
빠질 이유가 없는 것이고, 법에는 명시하지 못했지만 기재부와 국회가 차액 국비 지원을
동의했고 따라서 대구문화방송의 보도가 왜곡이라면 그 근거를 제시하면 될 일이다.

셋째, 대구시는 “대구문화방송이 특별법에 빠진 게 많아서 홍준표 시장이 대책보고회에서
대구경북신공항을 만들어 놓고 텅 빈 공항으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발언했다는 주
장을 하였으나 이는 공항 건설, 접근 교통망, Air-City 등은 특별법에 기반영되었으며, 미
래를 면밀히 준비하자는 취지를 몰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4
월 25일 대구시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대구경북신공항
이 만들어 놓고 텅 빈 공항으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되며, 개항과 동시에 여객, 물류 처리
능력을 100% 가동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면서, “타성에 젖은 사고의 틀을 과
감히 벗어나 공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상력을 펼치는데 전 공무원이 집중하고, 속
도감 있는 추진과 함께 50년 나아가 미래 100년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
다”라고 강조했다.’라고 나와 있다. 대구시의 주장대로 특별법에 반영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 추진하던 특별법에서 활주로 길이, 중추공항, 국비 전액 지원 등 빠진 것
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빠진 게 많아서 홍 시장이 저런 걱정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미
래를 면밀히 준비하자는 취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빠진 게 많으니 ‘타성에 젖은 사고의 틀
을 벗어나 미래 공항을 준비하자’는 언론의 제안을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
가 ‘타성에 젖은 사고’인 것은 아닌가.

대구시는 또한 그간의 대구문화방송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대구 수돗물 남세균 검출’, ‘홍
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이 대구시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폄하하는 보도였으며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하나하나 따져보자. 대구문화방송이 2022년 7월 대구 주요 정수장 3곳의 정수를
분석한 결과 남세균이 생산하는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3곳 모두 검출됐다. 낙동강에서 가
까운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도 유해 남세균이 확인됐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2022년 10
월, 대구MBC와 함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 공동 조사에 나섰고, 검사 결과
남세균이 검출됐다. 여기까지는 팩트이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남세균 DNA만 확인되었지 살아있는 남세균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고, 검사를 담당한
경북대 측은 남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여기는 해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더
구나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MBC와 공동 조사할 당시 결과가 나오면 협의해서 합의
된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자신이 해석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먼저 발표하기까지 했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수돗물에서 유해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한 대구문화방
송이 헌법과 관련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인가, 아니면 정밀 검사와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는 대구시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인가.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논란 보도를 왜곡·폄하에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대구시의 몸
부림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대구문화방송의 보도는 대구시 공식 유튜브가 홍 시장의 ‘업적’
을 과도하게 게시했으며 이는 현행 ‘공직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
구참여연대가 이 내용을 고발한 뒤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날 홍 시장의 ‘업적’을 다뤘
던 유튜브 콘텐츠들은 갑자기 사라졌다. 대구문화방송은 홍 시장의 측근인 대구시 공무원들
이 홍 시장의 ‘업적’에 대해 ‘좋아요’를 누른 점 역시 선거법에 저촉되는 혐의가 있다는 점
도 지적했는데, 이에 대한 대구시 해명은 “SNS 환경에서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 게 10여
년 전쯤 만들어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어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빠르게 바
뀌는 사회에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럼에도 법이나 판례, 유권해
석이 바뀌기 전까지는 법을 어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재판에 넘겨진다면
법리적 다툼을 통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현재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법을
어겼다고 하는가.

한때 대구시 공식 유튜브가 그랬듯 언론이 홍 시장의 ‘쿨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대
구시의 장밋빛 미래를 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찬양과 미화만이 존재하는 곳은 홍 시장
이 그토록 혐오하는 북쪽의 어느 나라일 것이다. 빛뿐 아니라 그림자도 존재하며 그림자를
최소한으로 줄이자고 외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책무 중의 하나이다. 이런 언론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나아가 입을 틀어막는 것의 결말은 어떤 꼬마가 외치기 전까지 벌거벗은 몸으
로 거리를 활보하던 어느 임금님의 모습일 것이다.

쓴소리를 낸다고 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에서의 취재 접근을 막은 이번 대구시
의 행태는 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반헌법적 조치이며, 지난 엄혹한 시절에도 온국민
이 이룩하고자 노력해 온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반역사적 행동이며,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당연히 받아야 할 공직자의 역할을 거부하는 반사회적 처신이다. 대구MBC는 앞으로도 국
민의 알권리를 위해 지역의 행정을 면밀히 살피고 다각도로 분석해 지역민들의 더 나은 삶
에 기여할 것이다. 대구시는 언론사 프레임 씌우기를 통한 갈라치기를 중단하고 지역민과
언론사에 성실하게 소통할 것을 요구한다.

2023년 5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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