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선정 좋은 보도상은, 서울에서는 남재현·손령·장슬기 기자의 <경찰국장 ‘밀고 공로’ 특채 의혹 연속보도>가, 지역에서는 MBC충북 조미애·김경호 기자의 <공기업 LH의 민낯, 무더기 석면 불법 철거>가 선정됐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5556_35744.html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5895_35744.html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7756_35744.html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7757_35744.html
<경찰국장 ‘밀고 공로’ 특채 의혹 연속보도>는, 현 정부가 행안부에 신설한 경찰국의 초대국장 지명자 김순호 치안감의 과거 ‘밀정 행적’ 의혹을 파헤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인노회에서 활동한 인물을 다양하게 인터뷰하고, 당시 학내 동향 등을 보고한 보안사 문건도 확보해 설득력 있는 뉴스를 제작했습니다.
특히 ‘녹화사업’의 피해자와 가담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도, 녹화사업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입으로 과거를 재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군사정권에서 진행된 공작의 실태도 재조명했습니다.
해당 보도를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한 위원들은 인사 검증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공익성에 충실한 보도였고, 외면해선 안 되는 ‘과거사’를 집요하게 지적한 점이 유의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의혹에 대한 당사자의 해명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남는 의문을 제기하며 의혹의 실체적 진실에 집요하게 접근한 것이 훌륭했다고 평가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966_35744.html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0009_35744.html
<공기업 LH의 민낯, 무더기 석면 불법 철거> 보도는, LH가 법을 무시한 채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자재를 멋대로 뜯어내 무단 배출했다는 사실을 단독·연속 보도했습니다. 또한 시청자의 안전과 알 권리를 위해, 인체 피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해당 석면 창틀·문틀이 쓰인 리모델링 대상 LH임대아파트 명단도 공개했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는 기자 홀로 8개월에 걸쳐 충북은 물론 인천과 대전의 아파트를 찾아 현장 노동자와 철거공사 관계자, 주민 등을 만나 취재하고, LH와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에 약 100건에 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해 관련 사실 또한 확보했습니다. 보도는 이후 국감에서도 다뤄졌고 관계 부처 조사도 이끌어냈습니다.
해당 보도를 좋은 보도상으로 선정한 위원들은, 충분한 사례를 포함해 전문가의 의견과 정보공개 청구까지 더해 석면 불법 철거의 ‘현상-원인-후속조치’를 일관되게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제보자의 말 한마디를 허투루 흘리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해 노동부·환경부 조사와 LH의 피해·건강영향조사 약속까지 받아낸 기자의 집념이 특히 인상깊었다고 밝혔습니다.
♦ 수상 소감
♦ 서울 손령 조합원
“김순호가 이상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에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에 대한 첫 세평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넘겼습니다. 인사 검증을 맡고 있던 우리 팀의 관심사는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국장의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 김 국장의 입직 경위가 이례적이라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른바 ‘프락치’의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취재팀은 김 국장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다는 인노회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기억과 진술은 구체적이었습니다. 또 당시 수사 기록 등을 확보해, 김 국장을 특채한 사람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홍승상 씨라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군 시절 프락치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 국장은 친구들과 술 마신 것만 보고했을 뿐 다른 정보는 보고한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김순호 존안문서는 해명과 달랐습니다.
김 국장에게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해명이 아닌 추궁이었습니다. 김 국장은 관련 문서의 출처를 캐묻고 법적 대처도 예고했습니다. 그래서 취재팀은 내부 토론과 법적 자문을 거쳐,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문서의 공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물론 변절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국가적 폭력 앞에 왜 나약했었냐고 나무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가 동료들을 팔아넘긴 보상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런 의혹이 제기됐다면 해명하거나 책임져야 할 일이지, 법적 대처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고위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은 아닐 겁니다. 더구나 당시 행안부 경찰국은 경찰을 길들이기 위한 조직이라는 의심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이 이야기. 어떤 삶을 산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됐으며, 그 공직자가 그 자리에서 어떤 삶을 사는지 계속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 충북 조미애 조합원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9개월째 홀로 이어가던 ‘불법 석면 철거 연속 보도’ 과정에서 몇 번이나 되뇌었습니다. 자재 이름부터 철차과 관련법 등 모든 것이 평소 취재에서 접하기 힘든 생소한 내용이었습니다. 철거 공사를 수주한 업체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함구했고 현장에선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LH의 불성실한 답변과 모르쇠, 시간 끌기를 마주할 때는 취재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했습니다. 그럼에도 수개월에 걸쳐 100건에 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전화를 받을 때까지 걸며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누군가는 알려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LH가 해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이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무려 16개 아파트 단지의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자재를 무방비 철거해 작업에 투입된 노동자와 주민들을 비산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석면 질환은 최소 10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병합니다. 피해자들이 나중에 병을 얻어도 자신이 어디서 노출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험까지 진행해 보도한 이유는 이런 위험 때문입니다.
보도 이후 노동부와 환경부, LH가 뒤늦게나마 피해자 범위 조사와 석면 건강영향 조사에 나섰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DB를 작성해 추후 건강 상태를 추적 관리하는 작업도 착수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는데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심각성을 인지해 앞다퉈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 석면안전관리법상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부속건물은 석면조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있습니다. 석면이 발견돼도 건축물 소유주나 관리인은 입주민에게 알릴 의무도 없습니다. 다행히 최근 일부 공동주택을 조사 의무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안을 논의한 환경부도 대상 확대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개정안의 통과 여부, LH를 상대로 진행 중인 정부의 조사화 후속 조치, 주민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영향조사 결과 등을 계속 취재해 문제가 완전히 개선될 때까지 보도하겠습니다. 그간의 노력과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전국 선후배 민실위 간사들, 취재에 도움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오랜 취재를 믿고 응원해준 보도국 식구들과 전국부 네트워크팀 특히 고맙습니다.
♦ 민실위상 시상식 – 2022년 1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