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 3차] 노동인권분야 – 노조 때리기로 전락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프레임 ′노동시장 이중구조′ 진단부터 잘못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3대 개혁과제로 발표하며 이중 노동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근로시간·노동시장 유연화를 노동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 삼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사회개혁의 출발점으로 여겨온 문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노동시장이 임금과 안정성 같은 근로조건에 차이가 있는 두 종류의 시장으로 나뉜 현상이다. 대기업 정규직에 해당하는 약 10%의 일자리를 1차 노동시장(상층),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90%의 일자리를 2차 노동시장(하층)으로 구분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반드시 타개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엉뚱한 곳을 때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역대 경사노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노동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노조와 노조 간 비대칭 구조”라며 “이를 이중 구조라고 쓰지만 정확하게는 착취 구조”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중심의 귀족노조가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노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후 노동조합 때리기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확보’와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 척결’이란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에 대해선 대통령과 장관이 연일 “건폭”, “시장에 기생하는 독, 조폭”이란 거친 용어까지 동원해 공격했다. 2월 들어선 노동조합을 아예 ‘적폐’로 규정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제 끝까지 가야 한다. 조금 하다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말까지 우리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적폐를 뿌리 뽑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을 전했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관련 보도]
회계자료 제출 압박정부·노동계 관계 최악 치닫나?(2/20)
노동계 회계장부 제출 요구는 월권‘”(2/21)
노조의 회계 자료 제출 거부는 불법일까?(2/21)
[모니터링] 국회 입법조사처 판단을 소개하고, 조합비 세액 공제의 의미를 짚은 보도는 매우 좋았음. 다만 추가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속적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15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지원됐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검증 보도가 필요함. 특히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의 내역이 무엇인지, 실제 어떻게 회계 투명성이 이뤄지는지 확인해 보도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 민주노총은 조합비 사용 내역을 대의원대회에서 자세하게 공개하고, 결산보고서와 감사보고서로도 공개. 윤 정부의 주장대로 정말 ‘깜깜이 조합비’인지 시청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음.

 

그런데 정말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노조 때문에 심화된 것일까. 기존 연구를 살펴보면 윤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극히 부실하다.

 

잘못된 진단이 잘못된 처방으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00인 이하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300인 이상 정규직의 59%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300인 이상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69%를 받고 있다. 고용형태보다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더 큰 셈이다. 1980년 500인 이상 사업체는 그보다 작은 사업장보다 평균임금이 10% 정도 더 많았지만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며 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뚜렷해진다.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미국은 1.2배, 일본은 1.5배인데 비해 한국은 3배 차이가 난다.

 

2017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외주화 연구팀’을 운영했는데 연구회에 제출된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에 미치는 요인은 ‘성별, 연령, 학력, 근속기간, 고용 형태, 노조가입 여부’보다는 ‘기업체 규모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격차의 상대적 기여도를 분석한 ‘임금 불평등 변화의 요인 분해’ 논문에 따르더라도 기업 규모의 기여도가 22점인 반면 노조 가입 여부는 1.2점, 고용 형태는 1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열린 ‘노동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도 재확인됐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 학력, 성별, 노동조합, 비정규직, 숙련 등 10개 변수를 표준화해서 볼 때 300인 이상 대기업은 표준화계수가 0.1933으로, 노동조합의 0.0273에 비해 7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금 불평등이 노조보단 기업 규모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초과 이윤이 가치의 불평등한 분배를 낳고, 기업 규모가 임금, 이윤, 기술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안 교수는 또한 “대기업이 임금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지난 2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완만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노동조합은 최근 5년간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2018~2022년까지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모습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보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저임금 노동자를 노조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전략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했다.

 

[건설노조 관련 보도]
건설노조 압수수색이틀 연속 노동계 강제 수사(1/19)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압박노조 향한 총공세(1/19)
국토부 월례비 요구하면 바로 면허 정지(2/21)
노동계 월례비 관행엔 건설사 책임도(2/21)
4만 명 집결 건설노조, ‘건폭반발 탄압 규탄(2/28)
월례비 안 받고 위험한 일은 거부해결인가?(2/28)
[모니터링]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격하면서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이 월례비였음. MBC가 월례비에 대한 배경과 성격에 대해 집중·분석 보도를 하면서, 여론과 정책이 기존 ‘노조 때리기’에서 벗어나 건설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 원희룡 장관은 지난 8일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고발 증언대회’에서 “원청업체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하청업체에 힘든 것은 다 떠넘기고 무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냐”며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였음.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월례비와 관련해 ‘원청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겠다고 밝힘.

 

노동시장 양극화, 원하청·비정규직 문제 탓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과 관련해 연구자들은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는 ‘원・하청 간의 수익 격차’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2021년 현대차・기아차 영업이익률은 6.3%로 나타났지만, 이들 완성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다. 전자업종의 경우 2017년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8.11%, 중소기업은 4.12%였다.

 

2020년 10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한국노동시장 이중구조 진단과 해법’ 포럼에 발제자로 참여한 조성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세계적 보편성을 갖지만 한국은 특수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조성제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유독 양극화가 심한 직접적이고 심대한 이유를 ‘원하청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에서 찾았다. 그는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정 하청단가 보장과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기업별 노사관계는 소모적 갈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의 적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노사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노조 조직률이 20%가 안 되지만 산업별 단체협약 적용률이 50~60%이며, 프랑스는 조직률이 10%가 채 되지 않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90% 이상이라며 초기업단위 노조의 산업별 교섭과 효력확장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야기한 대기업-중소기업의 중층적 원하청 문제는 수많은 조사·연구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에는 손대지 않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오로지 노조에만 돌리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은 ‘잘못된 진단에서 비롯된 엉뚱한 처방’인 셈이다.

 

MBC보도, ‘노란봉투법담론장 제공했어야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근로계약과 무관하게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하는 자에게 사용자 의무를 부여한다. 또 이익분쟁으로 제한된 노동쟁의의 개념을 정리 해고 등 권리분쟁으로 확대했으며 노조법 3조 개정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 조합원별로 책임과 기여한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노란봉투법 관련 보도]
진짜 사장은 원청업체노조법 개정 탄력(1/13)
[]’노란봉투법입법 첫발노동계·재계 반응 엇갈려(2/15)
노란봉투법‘ 10년 만에 상임위 통과(2/21)
[모니터링] 법안의 내용과 의미보다 법안 통과와 관련된 정치권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보도함. 특히 경영계의 주장에 대해 ‘노조법2·3조운동본부’가 여러 차례 해명자료를 냈지만 이에 대한 보도가 없고, 경영계 주장에 대한 검증 보도 또한 없었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과 관련된 의미 분석 내용이 없어 한계로 남아.

 

특히 노조법 2조의 개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2차 시장, 하층에 위치한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하청지회처럼 대기업의 하청노동자거나 CJ 대한통운 택배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선임 연구위원은 ‘2022년 상반기 노사관계 스케치 : 주요 교섭 및 갈등의 전개와 함의 진단’ 보고서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파리바게뜨 노사 갈등 등 2022년 상반기 주요한 노사 갈등은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의 하층위를 차지하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며 원청업체와 하청 노동자의 직접적 노사관계를 회피하는 관행이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면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단체교섭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단체협약 적용 범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협약의 적용률이 높아지면 미래 노사관계는 더 안정적으로 변화하게 되며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발생한 하청 및 특수고용노동자와의 갈등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노동법은 사용자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하청노동자들은 사실상 원청 사용자에 의해 근로조건이 결정되지만, 교섭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불합리한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원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
중대재해법 1년 눈앞구조물 떨어져 노동자 사망(1.14)
타워크레인서 쏟아진 벽돌 더미20대 노동자 숨져(1/15)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 사망자 늘어(1/19)
설 연휴에도 노동자 숨져, 여전히 위험한 일터(1/26)
[모니터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보도는 매우 중요. 단, 지난 1년 동안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원인과 법안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이 부족. 일례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1년 7월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건설 현장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한 안전관리 지침을 발표했지만, 최근 ‘건설 현장 종합대책’에서 “안전 관리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발표. 사고가 안전 관리 규정과 관련됐는지 분석하는 후속 보도가 필요함.

 

올해 들어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한 국정 의제가 되고 정치적 이슈가 됐지만, 올해 1~2월 MBC의 관련 노동 보도는 단편적이며 일회적 보도에 그쳤다. 먼저 앞에서 언급한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분석과 해법에 대한 검증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본질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연결됐지만 이에 대한 보도가 없었다. 노조법2·3조 개정안은 노사 간에 이견이 크고 쟁점이 많으며 내용이 복잡하다. 따라서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담론장을 제공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지만 이에 대한 보도는 부족했다.

 

최근 이슈가 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도도 아쉬웠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보고에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노동권 후퇴가 우려되는 내용이었다.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불안정 고용을 강화할 수 있고, 대체근로 허용은 단체행동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정책이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선 처벌보다 자율 규제를 중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관련법을 완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행보에 기획재정부 또한 여러 차례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검찰과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가 후퇴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잇따랐다. MBC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는 시행 1년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충실히 짚었지만, 그 이유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더 필요하다.

 

[고용정책 관련 보도]
어쩌다보니 배달원고용 한파에 청년의 꿈은?(1/12)
고용 한파라더니중소기업은 직원 못 구해 걱정(2/7)
중소기업 빈자리 채우는 외국인·고령자(2/7)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사장님들달아나거나 모르쇠(2/16)
[모니터링] 종합적인 ‘고용 정책’에 대한 분석 취재가 필요함.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올해 공공부문 신규 채용을 줄이기로 했음.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부문 인력은 10.2%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기준으로 절반 수준임. 참고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30% 정도인데, 복지가 잘되어 있는 이들 국가는 전체 피고용인의 1/3 정도가 국가로부터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음. 따라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한 검증과 분석이 필요함. 윤석열 정부는 ‘좋은 일자리는 민간의 몫’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 코로나19 이후 2년 동안 한국의 100대 기업의 임금은 14.7% 증가했으나 고용은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음. 또한 국내 주요 기업 336곳의 고용 인원 분석 결과, 2021년 정규직 인원은 전년 대비 0.65% 증가했으나 비정규직은 10.8% 증가하며 민간에서 ‘나쁜 일자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남. 청년 고용 정책은 원하청 문제, 비정규직 정책, 간접고용에 따른 중간착취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이 필요. 최근 정부가 밝힌 ‘노동시장 유연화’와 ‘근로시간 자율 선택’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 보도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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