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외부 모니터링 보고서 2차] 노동인권분야 – 월드컵 보도에 밀린 화물연대 파업 보도 ‘기계적 중립‘ 벗어났던 4개월 전 MBC는 어디에

월드컵 보도에 밀린 화물연대 파업 보도

기계적 중립벗어났던 4개월 전 MBC는 어디에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철 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은 이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노동부장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 하청노조를 압박하였고 경찰청장은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은 51일째에 노조와 하청업체가 잠정합의하며 일단락됐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철회로 끝났다.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당시 시민은 하청노동자의 처지에 공감했으며 여론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여론의 균형은 방송사의 적극적 보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MBC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실태와 함께 정부와 산업 은행의 역할,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 저임금 불안정 고용 실태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극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다룬 MBC의 뉴스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과 재계, 정부의 입장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화물연대의 파업 결정 즈음의 뉴스는 쟁점에 대한 설명보다는 단순 스트레이트 전달에 그쳤다.

 

날짜 MBC 화물연대 파업 관련 보도 월드컵 보도 비율

(23~28일 평균 55%)

11/21 안전운임제 폐지 코앞‥다시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물류대란 장기화 우려‥5개월간 정부는 뭐했나?

27%
11/23 화물연대 파업 0시부터 돌입‥노동계 잇따라 줄줄이 파업 39%
11/24 화물연대 다시 총파업‥’멈춰선 물류’ 놓고 강대강 대치 67%
11/25 윤 대통령 “업무개시명령 검토”‥야 “강경 대응, 문제 더 커져” 69%
11/26 총파업 사흘째‥다음주 화물연대-국토부 첫 교섭 36%
11/27 없음 56%
11/28 국토부-화물연대 협상 결렬‥정부, 업무개시명령 논의 70%

 

MBC는 11월 21일 보도에선 ‘코앞에 닥친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제로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와 5개월간 손 놓고 있던 정부의 태도를 리포트 2개로 상세히 지적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 전날인 11월 23일부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 전날인 11월 28일까지는 리포트 하나 정도로 화물연대의 파업과 교섭, 결렬 소식만 전했다. 월드컵 보도로 다른 이슈들이 묻혔기 때문이다. 23일부터 28일까지 뉴스데스크 보도를 살펴보면, 월드컵 관련 뉴스가 전체의 55%로 절반 넘게 차지했다. 특히 24, 25, 28일은 70%에 육박했다. 월드컵 중계로 방송 시간마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 보도에 파업에 대한 전반적 맥락을 설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9일부터 사흘간의 보도 또한 안타까운 점이 많다. 29일에는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는데, MBC의 보도는 그간의 물류 차질을 전하는데 집중됐다. 30일에는 업무개시명령이 법적으로 부당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전반부에는 여전히 물류 차질 현장을 주로 보여줬다. 달을 넘긴 12월 1일까지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날짜 MBC 화물연대 파업 관련 보도 월드컵 보도 비율
11/29 시멘트 운송 기사들에 ‘업무개시명령’‥화물연대 “계엄령 내렸다”

시멘트 공급 끊기고 주유소엔 휘발유 ‘품절’

화물연대 강경대응 주도하는 윤 대통령 – 지지층 결집 계산?

57%
11/30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전국 항구·산업단지에도 물류 차질/톱

‘기름 동난’ 주유소‥정유업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할까

두 번째 협상 40분 만에 결렬‥앉기 전부터 ‘협상’ 없다

법적 효력 없는 문자 명령서‥오늘밤 자정’까지 복귀하라

21%
12/1 레미콘 생산차질, 건설현장 중단 초읽기

‘품절’ 주유소 하루 만에 두 배로‥업무개시명령 준비회의 개최

‘일자리 빼앗는 정치파업’ 갈라치기로 협상 문 닫은 정부·여당

도로에 철도까지 파업‥해결 조짐은 안 보이나?

39%
12/2 철강·정유 등 업무개시명령 초읽기‥공정위까지 나서 압박

정부의 계속된 강공모드 효과 있나?‥화물연대는?

[알고보니] 화물차 ‘안전운임제’ 효과 있다? 없다? 따져보니

52%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였던 ‘안전운임제’에 대한 MBC 보도는 12월 2일이 돼서야 <화물차 ‘안전운임제’ 효과 있다? 없다? 따져보니>로 나왔다.

앞서 정부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에 대해, 효과가 없고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며 반대했다. 이 주장의 배경은 국토교통부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지난해 ‘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가 안전운임제 도입 전인 2019년 대비 8.0%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MBC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는 “견인형 화물차엔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컨테이너, 시멘트 차량 2만7천 대뿐만 아니라 건설장비 등 다른 특수차량들도 7천 대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적과 과속 단속 건수가 늘었다는 통계에서도 안전운임제 대상이 아닌 차량이 3만대 넘게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즉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따지기엔 적절치 않은 자료”라는 것이다.

MBC는 해당 보도에서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운임이 오른 만큼 업무시간이 줄고 휴게시간이 늘어 안전운행에 도움이 됐다”며 “다만 사고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뉴스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정한 직후, 늦어도 파업 일주일 뒤 물류 차질을 보도할 때라도 같이 보도했어야 했다. 시청자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여론은 시청자의 공정한 판단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 파업 보도는, 물류 대란이 사흘에 걸쳐 나온 뒤에야 파업의 당위성이 설명됐다. 정보의 불균형 속에 여론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렸고 정부가 강경 대응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화물연대 파업엔 노동시장 이중구조’-‘노란봉투법문제도 담겨

 

게다가 정부의 강경대응이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로 이어지며, 정부가 내세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식이 향후 국내 노동 기본권 침해로 연결될 것이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인식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노사 법치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화물연대 파업의 성격을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화물노동자’는 노동시장의 상층을 차지하는 ‘귀족노동자’이며, 노동시장의 하층을 차지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가해자’인 셈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거리가 멀다. 현행법상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조를 설립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동3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청이 하청 문제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운송 시장은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인 화주가 운수사에 화물을 옮겨달라며 돈을 주면, 운수사가 개인 차주에게 화물운송을 맡기며 돈을 주는 구조다. 세부적으로는 철강회사 같은 화주가 인천에서 포항까지 철강을 실어달라고 저가 입찰을 붙이고, 대형 운수사가 최저가에서 조금 높은 운임을 제시해 일을 받은 뒤, 다시 2군이나 3군이라 불리는 소형 운수사에 하청을 준다. 운수사를 여러 곳 거칠수록 수수료는 빠져 운임은 줄어들고, 다단계 하청구조를 통해 최종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화물노동자들은 초장시간 노동을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이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화물노동자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선임연구원은 노동리뷰 2022년 8월호에 실린 <2022년 상반기 노사관계-주요 교섭 및 갈등의 전개와 함의 진단> 보고서에서 “올해 발생한 주요 노동 갈등은 원・하청,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에 굳어진 ‘노동시장 이중 구조’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파리바게뜨 노사 갈등 등 올해 주요 노사 갈등이 모두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의 하층위를 차지하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해법이 단순히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 방식의 임금격차를 좁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2차 노동시장을 구성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내 하청,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을 통한 교섭력 확대에서 시작해야 하고, 또 사측의 명백한 관리 책임과 노동자의 기본권도 적극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으로도 연결된다. 현재 노동조합법은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있는 자와 교섭할 수 없어 헌법상의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해지는 근본 이유가 된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과 함께 비정규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교섭해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노동3권의 확대’를 담고 있다.

이렇듯 화물연대 파업에는 현재 노동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쟁점들이 전부 담겨있다. 화물연대 파업의 과정과 결과를 두고 단순히 ‘대화의 실종’으로 결론내기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 파업 관련 언론보도는 현상에만 매몰됐을 뿐 제대로 맥락을 짚어주지 못했다.

 

날짜 MBC 화물연대 파업 관련 보도
12/3 화물연대 총파업 열흘째‥품절 주유소 74곳
12/4 윤 대통령 연일 강경 발언 – 대화 통한 해결 멀어지나?

화물연대 “끝까지 총파업 지속하겠다”‥인권위 등에 개입 요청

12/5 파업 12일째‥업무개시명령 파업 전부터 대비했나

화물연대 해법 못 찾는 정치권

12/6 화물연대 지지 총파업‥ 정유·철강 업무개시명령 이번 주 검토
12/7 철강·석유화학 분야도 추가 업무개시명령‥시멘트 업무개시 “효과”

논란에는 귀 닫은 압박 강화‥중재는 어디에?

12/8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수용했지만, 정부 여당이 거부 “복귀가 먼저”

화물연대 중집 긴급 소집‥”파업 연장 여부 결정할 것”

12/9 화물연대, 파업 철회‥”이렇게 물러날 줄 몰랐다”

빈손’으로 끝난 파업‥안전운임제는?

초강경 대응 일관한 윤 대통령, 대화와 타협은 실종?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한 언론의 가장 기본적 책임은 사실 확인이다. 언론은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화물노동자는 과연 귀족 노동자인가 ▲안전운임제는 효과가 없나 ▲안전운임제 해외 사례는 없나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 아닌가 등을 검증·취재했어야 한다. 하지만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실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귀족노동자’란 오해를 받았다. 이 오해는 언론이 만들었으며, 언론은 이를 풀어야할 책임이 있다. 언론의 역할은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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