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광주MBC의 ‘단협 유린’
우리의 인내는 끝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1년여 동안 광주에서 벌어진 노사 갈등 상황을 최대한 냉정하게 바라보려 노력해 왔다. 때로는 광주지부 조합원들의 거센 불만과 원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본부는 감정적 대응보다 절차적·실질적 정당성을 우선했다. 조직 안정과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최대한 인내했고, 노사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나 결국 광주MBC 사측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 선은 바로 단체협약이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맺은 공식적인 약속이며, 현장의 질서를 떠받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특히 단체협약의 임명동의제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사가 어렵게 만들어 낸 합의의 결과물이다. 누구도 자의적으로 훼손하거나 무력화할 수 없다.
MBC 단협 공통에 명시된 ‘임명동의제’의 위임을 받은 광주MBC 단협 보충협약은 사장이 편성·보도·제작 부문 본부장을 임명하기 전에 해당 본부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표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개편에 의한 본부 간 통폐합 시에는 별도의 임명동의제 시행 여부를 조합과 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항의 의미는 명확하다. 조직개편 상황이라면 노사가 임명동의제를 추가로 실시할지, 한다면 어떻게 진행할지 반드시 논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MBC 사측은 적폐 시절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지켜온 단협을 내팽개쳤다. 사측은 보도본부와 편성본부를 통합한 ‘방송본부’를 신설한 뒤 기존 보도본부장을 방송본부장에 임명했지만 임명동의제 시행 여부에 대해 어떠한 공식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조합과 논의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 자체를 사실상 통째로 건너뛴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해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단체협약이 정한 절차 자체를 무시한 명백한 단협 위반이며, 노사 신뢰를 정면으로 파괴한 행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선례가 남게 될 경우다. 조직개편을 핑계 삼아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앞으로 사측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해 언제든 조직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검증 절차를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임명동의제 자체를 빈 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며, 결국 공정방송 시스템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임명동의제를 건너뛴 인사발령 이후 광주지부는 지부장과 집행부 전원 사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사측의 단협 무력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시급한 권리 행사에 나섰다. 본부의 지휘 아래 비대위가 방송본부장과 디지털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실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부는 그동안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며 지켜야 할 가치를 수호해 왔다. 그러나 광주MBC 사측이 단체협약이라는 최소한의 선마저 무너뜨리려 한다면, 본부도 더 이상 침묵할 이유도 인내할 근거도 없다. 본부는 단협 위반에 대한 법적 대응은 물론, 물리적 투쟁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구성원의 권리를 짓밟은 행위에 대해 경영진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단체협약을 흔드는 순간, 노사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본부는 단협 사수와 공정방송 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5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