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작가 성명] 작가들이 요구합니다. 다시 이어야 합니다

<PD수첩> 작가들이 요구합니다

다시 <PD수첩>이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을 ‘정의’하던 캐치프레이즈다. 성역 없는 탐사고발 프로그램의 본분을 다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다짐이자, 시청자들과의 약속이었다. ‘사투’에 가까운 제작 환경에도 지칠 줄 몰랐던 <PD수첩> 작가들의 ‘신념’이었다.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와도 같던 그 한 줄의 문구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조차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PD수첩>은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아니었다. <PD수첩> 작가들은 고발한다.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는 ‘방관자’가 되었다고.

 

어제 또다시 <PD수첩>이 결방됐다. 동료 피디들의 제작 중단 이후 MBC 사측이 내놓은 성명서들을 보고 있자면, 실소가 터진다. 분노가 끓는다. <PD수첩>을 난도질 해온 그들의 민낯. 작가들이 보았고, 제작진 모두가 겪었다.

 

끊임없이 의심받는 <PD수첩>, “MBC라서 죄송합니다

 

“MBC요? 거절하겠습니다.” <PD수첩> 취재 작가들이 취재, 인터뷰 요청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심지어 전화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얼굴이 MBC 로고와 함께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던 이도 있었다. 그때마다 작가들은 “죄송하다”라고 말해야 했다. MBC라서 진심으로 죄송했다. 섭외와 취재의 최대 걸림돌은, MBC 그 자체였다.

 

“PD수첩에서 하실 수 있겠어요?” 두 번째로 많이 듣는 말이다. 황우석의 거짓을 드러내고,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고, 4대강의 진실을 파헤쳤던 <PD수첩>은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제 막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첫 발을 내디딘 한 취재작가는 말한다. “피디수첩에 온 뒤, 세월호나 4대강 아이템 기획안이 곧바로 킬 당하는 걸 보며 생각했어요. ‘아, 이런 아이템은 여기선 못 하는구나.’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저도 사건사고 아이템만 찾게 되더라고요.” 군부독재 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공정방송 운운하는 MBC에서 그것도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이라는 <PD수첩> 제작 현장에서 작가들이 겪어온 일이다.

 

<PD수첩> 작가들이 묻는다. 피디들의 제작 중단 선언이 ‘특정 세력을 위한 정치적 행위’이며, ‘시청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MBC 사측은 답하라. <PD수첩>을, 우리 작가들을 부끄럽게 만든 장본인은 누구인가? ‘비정상’적인 시스템과 사측의 ‘불공정’한 압력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가만히 있으라MBC, <PD수첩>을 침몰시켰나?

 

‘세월호’ 아이템을 다루지 못했던 지난 3년만 봐도 <PD수첩>의 비정상이 보인다. 지난 4월, <세월호, 101분의 기록>편이 방송됐다. 방송 3사 시사프로그램 중 가장 뒤늦은 방송이었다. ‘가만히 있으라.’ MBC는 그렇게 <PD수첩>을 침몰시켰다.

이번 제작 중단 사태 역시 비정상적인 아이템 통제가 시발점이었다. 1990년 첫 방송 이래 27년간 숱하게 다룬 노동문제 아이템이 ‘청부 아이템’이라니. 그렇다면 최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자살과 구조조정 문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 문제를 다룬 KBS <추적 60분>은 누구의 ‘청부’를 받은 것인가?

<PD수첩> 작가들이 묻는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아이템을 막아선 것은 누구의 ‘청부’였나?

<PD수첩>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만든 것은 누구의 ‘청부’ 때문인가?

다시, <PD수첩>이어야 한다.

사측에 묻는다. 지금의 <PD수첩>을 정의하는 ‘한 줄’은 무엇인가.

2016년, 시민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 아니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나라를 나라답게 되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PD수첩> 제작 중단을 지지하는 작가들 역시 그렇다. 목격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살아있는 어떤 권력과도 단호하게 맞서는, 다시 우리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글을 쓰고 싶다.

‘제작 중단’이라는 피디들의 선택은, 불가피했다. <PD수첩> 작가들은 피디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MBC에 정의를 다시 세워라. 우리가 함께 하겠다. 사측에 간곡히 부탁한다. 속히, 떠나라.

<PD수첩> 작가 12명은, 피디 10명의 제작 중단을 지지합니다.

집필은 중단됐지만,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01782

MBC <PD수첩> 작가 일동

김영민 류가영 문정화 박수정

송애림 송현정 이소정 이아미

인소희 정초희 조희정 차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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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작가들이 겪은

비정상’ <PD수첩>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누구를 위한 기계적 중립성인가

시사프로그램 작가는 구성안과 대본집필은 물론 취재 전반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 <PD수첩> 작가들에게 사측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 바로 ‘기계적 중립성’이다. 중립성,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요구한 ‘기계적’ 중립성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공정성을 잃게 만든 ‘도구’로 활용됐다. 중립이 아닌 최악의 편향성이었다.

탄핵 찬성과 반대 두 진영의 여론 전쟁을 다뤘던 2017년 2월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편 제작 당시의 일이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 영상을 지켜보던 당시 박용찬 국장의 지적은 간단명료했다. “촛불집회도 돈 받은 사람들 있다던데, 왜 취재하지 않았나?” 태극기 집회의 문제점을 짚으려면, 같은 분량으로 촛불집회의 문제점도 짚으라는 것이다. 지시는 이어졌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삭제하라는 것. “애초에 취재가 편향됐다.”는 지적까지 했다.

-<PD수첩>의 국장은 왜 일베모니터를 지시했나?

그렇게 어렵게(?) 다듬어진 <탄핵, 불붙은 여론 전쟁>편 방송이 나간 후, 박용찬 국장은 색다른 지시를 내렸다. ‘MBC 홈페이지 게시판과 일간베스트 게시판의 반응을 취합하라’는 것. 일을 맡은 취재작가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든 ‘비정상’적인 지시였다. 정말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홈페이지 게시판은 그렇다 쳐도, 왜 극우성향인 ‘일베’의 게시판 분위기를 확인해야했던 걸까. 그렇게 운운하는 ‘중립성’을 위해서라면 다른 성향의 커뮤니티 반응도 알아보라 지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설마 공정방송 MBC의 <PD수첩> 국장께서 일베 회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걱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아니었길 바란다.

-‘세월호리본을 달면 일반시민이 아니라는 <PD수첩> 국장

막말지시는 디테일하기까지 하다. 2015년 8월 방송된 <선생님! a저를 만지지 마세요>편 당시에는 정연국 국장이 전교조 측 인터뷰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뷰는 화면에 나온 전교조 마크를 잘 보이지 않게 한 뒤에야 나갈 수 있었다. 2016년 9월 경주지진을 다뤘던 <한반도 대지진의 전주곡>편에서는 박용찬 국장이 원전인근주민들의 인터뷰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주민들이 입고 있던 조끼에 적힌 ‘원전반대’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올해 6월 <GMO 그리고 거짓말>편 시사 과정에서 조창호 국장은 기이한 발언을 한다. 한 시민의 인터뷰를 보던 중 ‘저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지?’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던진 것. 옷에 세월호 리본이 있다는 것이다. 처음 알았다. 세월호 리본 하나면, ‘일반시민’이 아닌 ‘특별시민’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MBC 사측은, <PD수첩> ‘인터뷰이감별사인가?

인터뷰이에 대한 삭제 지시는 빈번했다. 2016년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외면당했나?> 편 삭제 대상은 심상정 의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정치적 사안이 아님으로 ‘국회의원’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를 지시했다. 심상정 의원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2012년 8월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제정을 촉구하며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주목해온 인물이었다. 무려 3년간 정부가 방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함께 하며 그 대책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역시 심상정 의원을 빼고는 이 문제를 논할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2015년 3월 <공소시효,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편에서는 정연국 국장이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소장(현 의원)의 인터뷰 삭제지시를 내렸다. “쓰면 안 되는지 몰랐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는 몰랐다.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혀온 것이 문제였던 걸까? 인터뷰이 선정에 있어 MBC 사측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가?

2016년 6월 <박유천 성폭행 의혹 논란>편 시사 도중, 박용찬 국장은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연예인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문제를 지적하는 인터뷰를 보던 중이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터뷰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MBC를 공격하는 사람을 왜 쓰냐’는 것이다. 인터뷰이가 평소 MBC에 쓴소리를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발언들이었다.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터뷰이조차 자신들의 잣대로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면서, 번번히 삭제지시를 하면서, 공정방송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시사제작국장으로서의 자격이 의심되는 발언은 또 있다. 한 여성 전문가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자 던진 박용찬 국장의 발언은 참으로 가관이다. ‘비디오에도 신경 좀 쓰세요’. 인터뷰 내용인 ‘오디오’보다 ‘비디오’, 즉 외모 때문에 인터뷰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이가 외모로 결정되었나. 인터뷰이가 여성인 경우에만 유독 ‘비디오’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을 지켜본 <PD수첩>작가들은 묻는다.

우리가 겪은 이 모든 <PD수첩>비정상적 지시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건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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