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 성명] 좌표 찍기와 도 넘은 인신공격을 중단하라

이른바 ‘비속어 파문’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규정한 직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MBC의 행태를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렵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이 협박성 발언 이후 실제로 국민의힘 측에선 ‘허위 사실 유포’라며 MBC를 고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묻는다. 정녕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의 발언은 22일 오전 풀(POOL) 기자단에 의해 촬영됐으며 곧바로 12개 풀 방송사에 동시에 송출됐다. MBC가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마치 ‘도둑 촬영’이라도 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정해진 차례에 따라, 허용된 위치에서, 평소처럼 자기 할 일을 한 기자가 무슨 의도를 갖고 촬영이라도 했단 말인가? 방송 카메라가 즐비한 행사장에서 대통령이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은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만약 문제의 발언이 담기지 않았다면 정부 여당은 해당 장면을 촬영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인가?

 

MBC가 영상을 조작했다거나 야당과 사전 교감을 나눴다는 식의 ‘음모론’은 더 황당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회의 석상에서 해당 영상을 거론했다는 오전 9시 33분 이전, 이미 SNS 등에 관련 영상과 내용이 급속히 유포됐으며 대다수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공유된 상황이었다. 오전 8시를 전후해 기자들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 요청을 받은 대통령실도 이미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MBC를 ‘콕 집어’ 야당에 내용을 먼저 전달한 것처럼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는 건 그 자체로 불순한 의도이자 MBC에 대한 노골적 ‘좌표 찍기’다.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더 개탄스럽다. MBC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온 오전 10시 7분 이후 거의 모든 방송사가 앞다퉈 동영상을 게재했고, 대부분의 활자 매체도 오전 중 이를 기사화했다. 오히려 MBC가 기사 형식으로 이를 보도한 건 해당 발언에 대한 여야 공방을 다룬 낮 12시 정오 뉴스가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극우 커뮤니티 등에선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대해 ‘최초 보도한 MBC 기자’라는 설명과 함께 실명과 이력, 심지어 가족 신상까지 공개하며 ‘신상털기’에 나섰다. ‘고향이 전라도’라거나 ‘빨갱이’라는,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원색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협박과 욕설로 점철된 ‘이메일 폭탄’에 해당 기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고려하지 않은 채, ‘본때를 보여주자’라는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자행되는 ‘온라인 린치’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 극우 단체는 조직적인 ‘MBC 좌표 찍기’를 즉각 중단하라.

 

어떻게든 현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희생양 만들기’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MBC를 향한 총공세에 나선 그들의 행태에 우리 기자들은 분노한다. 아울러 언론 탄압으로 치닫는 작금의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의연하게 우리의 역할에 충실할 것임을 다짐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들, 눈 밝은 자들 앞에선 헛된 시도일 뿐이다. 무엇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것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2022926

MBC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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