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는 진정 노동조합 맞나
축하한다. MBC본부노조 위원장을 거쳐 언론노조 위원장에 나서며, 또 언론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뒤 방송 중심의, MBC 출신의 위원장이란 일각의 우려 속에서도 그토록 부르짖었던 ‘방송 3법’ 개정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런데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언제나 투쟁 전선에서 연대를 입에 올리지 않았던가. 더운 날 아스팔트 위에서 피땀은 함께 흘리자면서 과실은 그네들만 취한다면, 다음 투쟁은 누가 그대 옆에 서 있을지 상상해 보았는가. 진정 다시 연대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몰랐다. 그토록 바꾸자고 함께 외쳐왔던 방송법에서 보도의 공영성을 지켜내야 하는 곳이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방송사만의 문제였다는 것을 몰랐다. MBC가 다 같은 MBC가 아니란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정치적 독립을 해야 하는 곳은 오로지 서울 사대문 안에만 존재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방송사 역시 사대문 안에만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착각했던 것이었다. 정치권의 지역언론 몰이해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법률 입안자들은 차라리 원망스럽지도 않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 규정을 법률에 담고자 한 취지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지역방송은 자유도, 독립도 필요없다는 것인가. 우선 서울 소재 방송사의 근거를 만들고, 지역방송도 챙기겠다고 말할 텐가. 언제, 어떤 노력과 방법으로 그 일을 해낼 것인가. 언론노조에 방송사만 있는 게 아닌데, 언제까지 방송 이슈에만 집중하는 위원장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지역MBC가 서울MBC와 함께 체결한 단체협약이 신설 법률 조항보다 강력하고, 추후 편성규약에 제도를 추가하겠다는 언론노조의 답변은 궁색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서울MBC는 그토록 강한 단체협약을 품고 있는데도 어째서 법률에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는 이야기인가.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언론이라고 다 같은 언론이 아니고, 방송도 다 같은 방송이 아니며, 그 사이는 서울 사대문이 분리한다는 불편한 명제가 아니라면 이해가 불가하다.
지역방송 공영성 확보에 의지도, 관심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언론노조는 더 이상 지역언론을 입에 올리지 말라. 성과에 목마른 이호찬의 언론노조, 그리고 속도에 매몰된 정치권이 야합해 헌신짝처럼 버린 지역 공영방송 ‘지역MBC’는 우리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해나가겠다. 이 어색한 상황은 이호찬의 언론노조가 자초한 일임을 분명히 한다.
2025년 7월 10일
공영방송 지역MBC 노동조합연대회의
MBC강원영동, 광주MBC, MBC경남, 대구MBC, 대전MBC, 목포MBC, 부산MBC, 안동MBC,
여수MBC, 울산MBC, 원주MBC, 전주MBC, 제주MBC, 춘천MBC, MBC충북, 포항MBC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