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공동성명] 우리는 돌아가겠다 김장겸은 떠나라

그 해 여름, 길었던 파업이 끝난 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금방 다시 우리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섣부른 생각이었다. 벌써 5년이 흘렀다. 상암동에만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며 우리는 인천, 수원, 성남, 일산 그리고 용인 드라마 세트장까지 내쳐졌다. 광화문과 여의도 구 사옥, 구로디지털단지를 계속 떠도는 신세가 됐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왜 상암동 MBC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왜 편집기와 마이크를 빼앗겨야 하는지 이유를 듣지 못한 채, 추운 겨울 스케이트장을 지켜야 했고 공연 사업을 수주하러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했다.

상암동 밖에서 MBC를 바라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한 때는 동료라고 여겼던 자들이, 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들이 카메라 앞·뒤에 서서 MBC를 망가뜨리는 모습을 하릴없이 지켜보는 것은 몸부림조차 쳐지지 않는 고통이었다. 모욕감에 몸서리 쳐지는 일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회사는 뚜렷한 업무지시도 없이 근태와 인사평가로 우리를 괴롭히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외롭기도 했다. 뜨거운 싸움을 함께 했던 동지들과 떨어져 있는 것은 고립돼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우리를 유배 보내며 회사가 노렸던 효과였을 것이다. 홀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때로는 함께 술잔을 부딪혀가며 뜨거운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차라리 회사를 옮기라는 주변의 권유에 고개를 가로저은 이유는, 단 하나의 목표 때문이다. 언론노동자로서 그리고 MBC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땅에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하나 정도는 지켜내야 한다는 목표 말이다. MBC를 회복시키지 못 할 수도 있다는 회의감이 우리를 휘감은 적도 많다. 방송 민주화 이후 20여 년 동안 힘겹게 쌓아온 시청자들의 신뢰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일터를 지키는 일은 아니었기에 다치고 상처받을지언정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가 침몰해도 끝까지 지키는 선장의 마음으로 우리는 버티고 또 버텼다.

우리가 견뎌내야 했던 오욕의 5년 동안, 김장겸 사장은 어떠했는가? 그는 2012년 파업 전부터 보도국 정치부장으로 기자회의 제작거부와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유발한 저질 보도를 이끌었다. 파업 후에는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MBC의 보도 책임자로 저지른 보도 참사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사장이 되고 나서 저지르는 짓들은 더 가관이다. 온 국민의 열망으로 이뤄낸 정치 변혁을 폄훼하고 부정했다. 공공재인 지상파를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푹신한 사장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상암동 밖의 우리들에게도 훤히 보인다.

우리는 이제 돌아가겠다. 그동안 우리에게 가해졌던 온갖 위법, 부당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겠다. 우리의 자리를 되찾고 공정방송의 소임을 되찾겠다. 법원도 이미 우리의 유배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우리는 더 이상 유배지에서 숨죽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MBC. 당신이 아예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지 않겠다.

경고한다. 우리가 돌아가기 전에 그리고 해직자들이 돌아오기 전에, 김장겸 사장부터 MBC를 떠나라. 썩은 나무 밑동 위에 올라서서 거센 물살을 버티려 들지 마라. 당신이 끝끝내 버텨서 알량한 사장 자리를 지키고자 든다면 가뿐히 밑동 채 뽑아낼 것이다. 당신이 자르고 쫓아낸 사람들이 어떻게 MBC를 되살리는지 지켜보길 바란다. 당신이 없는 MBC가 어떻게 다시 공정방송의 기치를 높이 세우는지 지켜보길 바란다. 물론 그 전에 MBC와 대한민국 언론사에 지워낼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에 대한 죗값부터 치러야 할 것이다.

 

 

2017년 6월 19일
문화사업국,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부당전보자
[문화사업국(경인지사)]
고정주 김혜성 박건식 박대환 안형준 유한기 이보경 이용주 전동건 차미연 한정우 허진호
[신사업개발센터(여의도)]
김범도 박준우 신석균 이재훈 전여민 정형일 홍혁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구로)]
김민욱 김병헌 김수진 김영호 박관수 박광운 양효경 이근행 이정식 이창호 임채원 임채유 진종재 허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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