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12년 파업 이후 MBC 기자들의 유예된 저항을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한 임명현 기자는 오늘 한국방송학회 토론회에 연구 주제와 관련한 발제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행사 참석 신고서도 제출했지만, 어제 문호철 보도국장은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며 인사위 회부까지 운운해가며 참석을 막았습니다. 이는 명백히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입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망언은 허용되고, 기자의 석사학위 논문 발표는 해사 행위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늘 한국방송학회의 방송저널리즘 연구회가 주최한 <공영방송 MBC의 인적, 조직적, 제도적 문제와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MBC 임명현 기자가 사측의 징계 경고로 참석하지 못했다.
임명현 기자가 발표할 논문은 <잉여화, 도구화된 기자들의 유예된 저항: MBC의 경우>라는 석사학위 논문으로 이미 다수의 매체에서 보도가 되었고, 다른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임 기자가 직접 발제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MBC는 임 기자에게 토론회 참석이 ‘해사 행위’라며 참석시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을 토론회 전날 경고했다는 것이다.
임 기자는 MBC 소속 기자이면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오늘 토론회의 발제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자의 현장 체험을 이론적 개념과 방법론으로 엮어낸 엄연한 학문적 성과이며, 이는 학문의 장에서 당연히 토의되고 그 성과가 진단되어야 했다.
그래서 임 기자에 대한 MBC의 이번 조치는 자사 종사자에 대한 징계 경고일 뿐 아니라, 학문의 공론장을 폐쇄하고 토론회를 주최한 학회의 의도를 MBC에 대한 ‘해사 행위’로 간주한 몰상식의 극한이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지난 14일(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실과 바른언론연대가 주최한 <대한민국 언론! 과연 공정한가?>에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이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토론회는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기초적인 학문적 논의도 없었고, 오직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언론에 돌리는 ‘성토장’이었을 뿐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 토론회에 “애국시민들이 인정하는 유일한 공정방송은 문화방송 뿐”이라는 축사를 보냈고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학문은 간데없고 오직 망언과 비난만이 난무하는 성토장에 공영방송의 이사장이 참석하는 것은 가능하고, 연구 성과가 냉정하게 논의되고 평가되어야 할 토론회에 연구자가 참석하는 것은 해사행위라는 MBC의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 사회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공영방송의 기본조차 저버린 MBC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사죄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발표자였던 임명현 기자와 오늘 토론회 주최측에 대한 MBC의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빠른 시일 내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난 14일의 토론회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제시할 것이다.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공론장의 붕괴에 나선 자유한국당 당대표의 입장, KBS, MBC 두 공영방송 이사장의 망언, 그리고 ‘발제’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의 당일 발제자들에 대한 학문적 평가를 기대해도 좋다.
2017년 3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