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문 36기 성명] 김장겸 사장의 유일한 기여는 퇴진 뿐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김장겸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강한 야당방송이 되겠다”고 천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임원회의에서 간만에 나온 ‘말 같은 말’임에도, 순간 실소가 터졌다.

이왕이면 그 이야기가 김장겸 사장 취임 직후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 MBC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박근혜 정권의 비리와 오류, 무능에 대해 맹렬하게 보도했던 지난 해 하반기에, 300여명의 목숨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됐던 2014년 4월에, 거슬러 올라가 김장겸 사장이 정치부장을 맡고 있던 2012년 대선과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야당’의 시선으로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감시자와 비판자의 역할로 보도에 임했으면 더더더 좋았을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MBC와 MBC 뉴스는 신뢰도와 시청률 등 모든 면에서 추락만 거듭해왔다. 같은 기간 김장겸 사장은 영전을 거듭해,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결국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김장겸 사장에게 직함이란 사실 의미 없는 호칭에 불과했다. 김 사장이 어느 자리에 있든 상관 없이 MBC 뉴스의 방향을 결정하고, MBC 방송 전체의 방향을 결정해왔다는 것은 MBC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사장의 입에서, 하필 여야가 뒤바뀐 선거 결과 직후에 나온 “강한 야당방송”이라는 말이 MBC 구성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들렸을 거라고는 김장겸 사장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다.

유례 없이 연일 생중계와 속보가 이어진 지난 6개월 간, MBC 보도국은 유례 없이 조용했다. 최순실 사건 특별취재팀이 구성됐지만, 소리 소문 없이 해체됐다. 부산 엘시티 수사 특별취재팀이 곧바로 만들어졌지만,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두 번의 특별취재팀 팀장을 맡았던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보도본부장으로 영전했다. 보도의 성과와 완벽하게 동떨어진 그들만의 승진 잔치 속에서, 뉴스룸을 믿음직스럽게 진두지휘했던 선배들과, 톱니바퀴 맞물리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선후배, 동기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밀려난 자들은 외부에서, 남은 자들은 내부에서 분노와 수치심을 호소할 뿐이었다.

방송사에서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시청률이라는 성적에서 MBC 뉴스만 유일하게 열외인 이유는 무엇인가. “MBC는 애국시민의 방송”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는 모 인사의 말도 들린다. 그렇다면 그 애국시민들은 왜 다른 언론사에는 다 들어가는 사건사고 제보조차 MBC에 하지 않는가. 애국 시민들은 메인 뉴스 중 대형방송 사고가 났는데도 왜 애정 어린 비판조차 하지 않는가. 그 애국시민들이 뉴스를 보고 있기는 한 건가.

MBC 뉴스의 몰락은 스테이션 이미지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뉴스 때문에 멀쩡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안 오르고 광고가 안 붙는다는 소리가 드라마, 예능 곳곳에서 나온 지도 이미 오래 전이다. MBC가 얼마나 더 추락하길 원하는가. 더 이상 추락할 곳이 남아있기나 한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일이 벌어졌던 지난 5년에 대해 김장겸 사장은 방문진 이사진이 아닌 MBC 구성원들 앞에서 답해야한다. 혹여 MBC 사장 자리를 발판으로, MBC를 내주는 대가로 이후의 경력을 꿈꿀 생각이라면 그 꿈 깨시라. 자신의 조직을 망가뜨린 수장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김재철 전 사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

30년간 몸담았던 MBC에 대해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그것이 MBC인으로서 김장겸 사장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어쩌면 유일한 기여일 것이다.

 

2017년 5월 30일

36기 김기덕 김준석 박동혁 박민주 박영회 윤효정 이명진 이필희 이호찬 임명현 장미일 전훈칠 조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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