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사청구를 핑계로 법적 근거도 없는 방문진에 대한 현장 조사를 강행하려는 감사원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번 감사원의 막무가내식 현장 조사 통보가 적법 절차를 무시한 반헌법적 행태이자 다음 달 MBC 사장 선임을 앞두고 방문진을 길들이고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로 진행되는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다.
감사원의 방문진 현장 조사는 ‘불법·직권남용’
방송문화진흥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관변단체가 주도한 국민감사 청구에 대해 지난달 중순 방문진에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일주일 뒤 감사원은 방문진의 서면 답변 가운데 어떤 내용이 구체적으로 부실한지 설명도 없이 전화상으로 갑자기 현장 방문 조사 일정을 통보하고 방문진에 현장 조사를 위한 공간과 집기 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법적 근거가 있는 공문서를 달라는 방문진의 요구에 국민감사 청구 감사원 담당 직원은 공문서 대신 출장명령서를 보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더니 추가 자료 제출 요구 대신 오는 12일부터 6일간 방문진에 상주하며 현장 조사를 강행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감사원의 이번 막무가내식 현장 조사 통보는 우선 법적 근거가 없는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다. 부패방지법에 근거해 시행하는 국민 감사청구에는 현장 방문 같은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감사원이 국민감사가 청구된 방문진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서면 답변 요구만 가능하다. 따라서 방문진에 추가 자료 제출 요구 대신 일방적으로 현장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MBC 사장 선임에 중요한 결정권을 쥔 방문진 이사진을 길들이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현행 국민감사 청구제는 위법 사항과 부패행위가 있는 사안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감사 실시를 요청하면 감사원 직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감사 청구 심사위원회에서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민감사 청구제가 현 정권 들어 정권의 의중을 반영한 ‘찍어내기 감사’ ‘표적 감사’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이번 방문진 현장 조사 강행은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신상 털기식 감사’ ‘별건 감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감사원의 현장 조사 강행은 적법 절차 원칙을 규정한 헌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히 현행 부패방지법상 국민감사청구는 국민감사 청구 심사위원회에서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감사원은 심사위원회의 의결도 없이 현장 조사부터 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권익위, 방통위, 한국개발연구원 등 전 정권 인사를 겨냥한 ‘찍어내기 감사’에 나서며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이 된 감사원의 행보를 보면 이번 현장 조사 통보는 다음 달 MBC 사장 선임 과정에 어떻게든 개입하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방문진은 감사원의 위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
조합은 방문진에 강력히 요구한다. 방문진은 감사원의 이번 현장 방문 조사 통보에 대해 즉각 거부 입장을 천명하라. 만약 감사원의 위법 행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은 소위 위법 행위를 묵인하고 동조한 셈이 되며, 이는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범법행위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만일 방문진 이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하거나 더 나아가 감사원의 위법 행위를 용인하라고 부추기는 방문진 이사진이 있다면 이는 국민의 자산인 MBC를 올바르게 관리 감독해야 할 방문진 이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내팽개친 것으로 보고 조합은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2023년 1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