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메모] 신속성 앞세우다 정확성 놓친 뉴스 특보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공항 신부지를 방문하던 도중 피습됐다. 뉴스룸은 사건 발생 30여분 뒤인 오전 10시 59분부터 11시 14분까지 뉴스 특보를 방송했다. 12시 정규 뉴스에 이 소식을 전한 KBS, SBS보다 1시간가량 앞선 신속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정확성’에서는 오점을 남겼다. 15분간의 특보에서 두 건의 오류를 범했다.

 

먼저,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에 대해 “민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부분이다. 해당 내용은 특보 당시 두 차례의 현장 전화 리포트에 언급됐다. 첫 리포트에서는 “현장에 나와 있는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현재 묵비권을 행사 중이고 민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고 보도됐고, 두 번째 리포트에선 “피해자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는, 공식적으로 브리핑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만, 현행범으로 붙잡힌 남성은 아직 묵비권을 행사 중이고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됐다. 낮 12시, TV 뉴스엔 “민주당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라디오뉴스에는 “민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됐다.

 

정치팀은 “이재명 대표를 동행 취재하던 기자가 현장 경찰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 밝혔지만, 용의자의 구체적인 당적 보유 여부가 사건 발생 30분도 안 된 시점에 현장 경찰을 통해 ‘확인’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흉기 피습이란 중대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범행 동기와 관련해 극히 민감한 정보인 만큼 좀 더 명확한 취재를 거친 후에 ‘확인’이란 표현을 썼어야 한다는 것이 민실위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오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후 언론사들의 취재를 통해 용의자가 과거 보수정당에 상당기간 가입했다 탈당한 뒤 작년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각 정당의 당원 명부를 확보하고, 당적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용의자 묵비권 행사..민주당 지지자 아냐>라는 특보 당시 자막도 문제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용의자가 민주당 지지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냐는 기본적인 의문이 들 뿐 아니라, 인용 부호도 없이 ‘민주당 지지자 아냐’라는 단정적 표현을 쓴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팀은 ‘지지자들은 본인들 소속 지지자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 상황’이라는 현장 리포트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장 지지자들이 본인들 소속 지지자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과 ‘민주당 지지자 아냐’라는 자막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자막 작성자 역시 누구의 발언인지 밝히지 못한 것, 인용 부호를 넣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민실위는 이번 사안을 통해 뉴스룸이 특보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신속성’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특보는 늘, ‘정확성’의 흠결을 낳을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 이번 뉴스 특보는 원고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부산 현장의 기자 역시, 앵커의 질문만 있는 상황에서 라이브로 전화 리포트를 해야 했다. 내부의 데스킹 과정은 없었다. ‘신속성’ 역시 방송 뉴스의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의 피습이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을 데스킹 과정 없이 리포트로 내보낸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신속성’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사안의 종류와 경중에 따른 신중한 특보 판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장 기자들도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단어 하나, 자막 하나 사용에 있어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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