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권을 내팽개친 졸속 협상
우리는 JTBC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3사가 아닌 종합편성채널 JTBC가 독점 중계했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방송 참사’에 가까운 ‘중계 파행’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최고의 감동은 단연 스노보드 최가온 선수의 몫이었다. 1·2차 시기의 실패를 딛고 3차 시기에서 일궈낸 대역전극으로 대한민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최초 금메달을 따냈고,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이 감동적인 순간, 정작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없었다. 독점 중계권을 쥐고 있던 JTBC가 최가온이 넘어진 직후, 생중계 화면을 스노보드 결승에서 쇼트트랙 준준결승으로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최가온의 금메달 확정 소식은 단 한 줄의 자막 속보로 때웠다. 결정적인 승부처였던 3차 시기 장면은 JTBC 본채널이 아닌, 계열사 스포츠 채널에서만 볼 수 있었다. TV 앞에 둘러앉아 모두가 함께 울고 웃고 응원하던 온 국민의 축제, 올림픽의 추억이 특정 상업 방송의 ‘채널 쪼개기’로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MBC 역시 이번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하며 공영방송으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할 역사적 순간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MBC 본부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시청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 소재부터 분명히 가리고자 한다. JTBC는 지난 2019년, 지상파 3사가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코리아풀(Korea Pool)’ 공동협상 체계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 최대 7천억 원 대로 추정되는 천문학적 자본을 무리하게 투입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FIFA 월드컵 중계권, 2026년부터 2032년까지의 동계·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싹쓸이한 것이다. ‘코리아풀’은 국내 방송사 간의 과열 경쟁을 막고 중계권료의 비정상적인 폭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필수 안전장치였다. 지상파 3사가 단일창구로서 협상하고 비용을 분담하는 시스템을 통해 중계로 인한 적자를 최소화하고,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담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JTBC는 이러한 공적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졸속 협상으로 방송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든 것은 물론, 해외 중계권료의 비정상적 폭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했다. JTBC가 중계 경험과 역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본의 논리로만 밀어붙여 독점 계약을 강행한 결과는 결국 ‘금메달 실종’ 중계라는 최악의 사태로 귀결됐다. 게다가 패럴림픽은 아예 중계권조차 확보하지 않으며 장애인 스포츠의 공익적 가치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럼에도 이번 중계 파행을 빌미로 다가올 월드컵에서 공영방송이 JTBC의 무리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질타는 아프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는 JTBC의 중계권 졸속 협상과 허언으로 예상된 결과이지 그 원인이 아니다.
방송법은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편적 시청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JTBC는 지난 2019년 졸속 독점 협상을 강행할 당시 “전체 가구의 96.7%가 유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며, “지상파 없이도 완벽한 시청권 보장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실시간 금메달 획득 순간마저 본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 JTBC의 행태는 스스로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를 내팽개쳤음을 방증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당부한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JTBC가 기형적인 행보로 독점 중계권을 찬탈할 때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보편적 시청권을 제대로 담보할 제도적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였다. 방미통위는 지금이라도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을 ‘무료 방송 접근권’을 포함한 개념으로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현재 지상파만 직접 수신해 종편이나 유료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가구는 약 3%로 추산된다. 이처럼 방송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본질이자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정치권에도 묻는다. JTBC의 중계권 계약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가.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막상 단독 중계로 인한 우려가 방송 파행으로 입증되자,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공영방송에 공동 중계를 압박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회사에도 경고한다. 중계권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심지어 패럴림픽은 구입조차 하지 않은 이번 JTBC의 졸속 협상에 대한 냉정하고 엄중한 평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정치권과 방미통위의 일회성 압박에 떠밀린 월드컵 중계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조합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이번 사태를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여, 보편적 시청권의 무게와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
2026년 3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