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적폐의 씨앗을 다시 심으려는가,
‘자폭 인사’ 즉각 철회하라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마디로 ‘자폭 인사’다. 국민의힘이 방문진 이사로 추천한 명단을 확인하고 우리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추천 시한을 어기고 석 달 넘게 뭉갠 끝에 고른 인물이 오정환과 정재욱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이들은 MBC 파괴에 앞장섰던 ‘언론 적폐’다. 정권이 내리꽂은 낙하산 사장의 수족을 자처하며, MBC 뉴스를 권력의 확성기로 만들고 제작 자율성을 말살하는 데 일조했던 자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언론 부역자’ 명단에 이들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간 것도 그 때문이다. MBC의 공영성을 지켜야 할 방문진 이사 자리에 공영방송 장악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였으니, 국민의힘이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스스로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자폭 인사라 부를 수밖에 없다.
오정환 전 보도본부장, MBC 보도 참사의 주요 책임자이자 12·3 내란을 옹호한 반헌법적 인물
2012년 ‘MB 낙하산’ 김재철 사장 퇴진과 언론자유,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투쟁한 170일 최장기 파업. 당시 보도국 사회 1부장이던 오정환은 기자회 행사에 참석해 “여러분의 투쟁은 정의로운 투쟁이므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보직 사퇴를 공언하고 파업 기금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얼마 뒤 오정환은 장기 휴가를 떠나더니 슬그머니 업무에 복귀했다. 배신의 대가는 보도국 핵심 요직이었다. 후배들이 공정방송 투쟁의 대가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그는 뉴스데스크 편집부장, 보도국 편집센터장과 취재센터장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마저 내던진 비열한 기회주의, 오정환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MBC 뉴스의 신뢰도와 시청률은 한없이 추락했다.
김장겸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체제에서 오정환은 MBC를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시킨 김장겸의 충실한 하수인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MBC의 취재와 방송 시스템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 참사 당일의 ‘전원 구조’ 대형 오보와 희생자 보험금 보도, 세월호 유가족을 ‘조급증’으로 몰아세우는 야만적인 보도 폭거가 이어졌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도 MBC 뉴스는 일관되게 사건을 축소하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여론을 왜곡해 가며 정권 보위에만 급급했다. 진실을 은폐하고 권력에 부역한 보도 참사의 결과, 떡고물이 떨어졌다. 김장겸이 사장이 되자 오정환은 보도본부장까지 영전했다.
이후 김장겸 체제가 무너지고 MBC가 정상화됐다. 그러나 회사를 떠난 뒤 최근까지도 오정환의 상식 파괴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12·3 내란 직후, 오정환은 매체 기고 칼럼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안 된다”며 계엄 선포를 명분으로 우파 정치인을 탄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골단’ 비판 언론 보도를 “탄핵 반대 청년들을 폄훼하는 선전 공작”이라 몰아붙였고, 서부지법 난입 폭도들을 두고 “제 아이들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윤석열 파면 사흘 뒤에는 “80년 영광의 역사가 저물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후대에 이렇게 된 나라를 물려주는 게 고통스럽다”는 글을 썼다. 내란 옹호, 폭력행위 미화,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부정까지, 이렇듯 정치적 극단성과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자가 감히 공영방송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재욱 전 법무실장, MBC 암흑기 노동조합 탄압의 주역이자 극우 매체 끄나풀이 되려 한 인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재철의 개인 변호사로 시작해 2014년부터 3년간 MBC에 재직했던 정재욱의 실체는 MBC판 부당거래로 불리는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4년 4월과 11월, 정재욱과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극우 인터넷 매체 ‘폴리뷰’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MBC 프로그램 관련 개입을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현업 인력들을 다 배제시켰다고 자부하는 등 온갖 노골적인 대화가 오갔다.
녹취록에서 백종문은 파업 당시 평조합원이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는 없지만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했다”며 불법을 실토했다. “소송 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 수십 명이 들어가든” 상관없다며 회사의 대책을 상세하게 논의하고 “김재철의 명예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정재욱 법무실장이 열심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발언도 공개됐다.
녹취록 속 정재욱의 언행은 가관이다. 쌍용차 해고 관련 대법원 판결을 다룬 MBC 보도를 두고 “이 자식들 봐라”, “가만 안 둘 거거든 내가”라며 본인의 권한을 한참 넘어선 저열한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당구장 건물만 한 데 세 얻어서 그냥 말만 하던 데”라며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명시한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급기야 극우 매체 ‘폴리뷰’에는 자신이 MBC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직접 정보를 넘겨주는 창구, ‘파이프라인’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공영방송의 내부 정보를 갖다 바치겠다니, 지금 다시 봐도 그 야합과 뒷거래 정황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런 상식 밖의 충성심을 인정받은 것인지, 정재욱은 MBC에 부장으로 특별채용됐고, 곧이어 부국장으로, 조직이 확대된 법무실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녹취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영방송 MBC의 암흑기 내내, 정재욱은 적폐 경영진의 하수인으로 부당징계와 부당전보 등 노조 탄압의 밑그림을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실무를 총괄 지휘했다. 질 것이 뻔한 소송을 억지로 끌고 가며, 공영방송의 재원을 소송 비용으로 쏟아붓게 했다. 이렇듯 공영방송의 법무 책임자이자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직업윤리마저 내던지고, 극우 매체의 끄나풀을 자청한 자가 감히 MBC의 경영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나섰다.
힘들게 일궈낸 공영방송의 새 토대에 ‘적폐의 씨앗’을 다시 뿌릴 수 없다
방문진은 MBC 사장을 선임하고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공적 기구이며, 방문진 이사는 공영방송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올바른 역사관, 미디어 전문성이 엄중히 요구되는 자리이다. MBC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사회의 흉기(凶器)로 전락할지, 국민의 공기(公器)로 바로 설지를 가르는 마지막 울타리가 바로 방문진 이사회다. 방문진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의 MBC 탄압을 사실상 용인하고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등을 임명한 흑역사가 있다. 이러한 비극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합과 시민사회는 지난한 투쟁을 거쳐 방송3법을 마련했고, 방문진을 바로 세워 새로운 공영방송 MBC의 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어두운 과거를 진두지휘한 ‘적폐’의 핵심 부역자 오정환과 정재욱이 감히 방문진 이사 행세를 하려 한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돌려주자는 방송3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짓밟는 일이다.
경고한다. 국민의힘은 오정환·정재욱에 대한 방문진 이사 추천을 즉각 철회하라. 오정환과 정재욱은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MBC 구성원과 국민 앞에 자신들이 공영방송을 망가뜨려 온 죄과를 사죄하고 당장 스스로 물러나라.
2026년 10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