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최민희는 ‘활동가’ 최민희를 잊었나
믿기 힘들 만큼 참담하다. 오랜 시간 언론 개혁과 방송 독립 투쟁의 최전선에서 언론인들과 발맞춰 연대해 온 ‘언론 시민운동의 선구자’ 최민희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에게, 어제 국회 과방위의 MBC 업무보고 과정에서 보여준 ‘과방위원장’ 최민희의 모습은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어제 오전 국감 현장에서 자신의 발언이 포함된 전날 리포트 하나를 재생하고는,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해당 보도의 편집 문제를 제기하고, 팩트 전달에 잘못이 있다며 이 보도가 중립적인지를 따져 물었다고 한다.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최 위원장은 본부장을 강하게 질책한 뒤 퇴장 조치시켰다. 이후 방송광고 규제 완화 등 다른 주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도 다시금 본부장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며 MBC에 대한 불만을 거듭해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얼마든 공식적인 절차로 검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그 방법을 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정감사 질의 시간을 자신과 관련된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 제기에 할애한 것도 부적절했지만, 편집권 독립의 원칙상 개별 기사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임원에게 해당 보도의 경위를 거듭 추궁하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퇴장까지 시킨 것은 명백히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여 휘두른 행동이었다. 보도책임자의 임명에 대한 사항을 규정한 방송법 해당 조항의 신설 개정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한 최 위원장이 보도국장 책임제의 의미를 몰랐을 리 없다.
MBC를 눈엣가시로 여겨 모든 국가기관을 동원해 공격했던 지난 내란 정권 아래 벌어진 일이었다면 차라리 담담하게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 낸 새로운 정부 하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더 충격과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
방송3법이 개정된 후로도 공영방송 정상화는 좀처럼 다음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언론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음을 최 위원장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한 40년 간 업적을 고작 반나절의 논쟁을 이유로 섣불리 잊어버리지는 않겠다. 부디, 서둘러, 우리가 익히 알던 ‘그 최민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2025년 10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