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부 성명] 성찰없는 창사기념사는 말잔치일 뿐이다

성찰없는 창사기념사는 말잔치일 뿐이다

 

김한광 사장은 전주MBC 창사 58주년을 기점으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창사 기념사를 통해 “지역지상파채널을 가진 미래형 복합콘텐츠방송사”로 나아가자고 천명했다. 미디어산업 전환의 시대, 전주MBC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우리만의 목표와 비전은 필요하다.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장의 창사 기념사는 공허했다. 지난 2년간 사장이 보여준 리더십에 대한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전주MBC는 본사 못지않은 기구와 직제를 수립했다. 4본부 14개 센터∙팀∙룸∙랩∙허브 체제로 변경됐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대체 언제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장고 끝에 나온 청사진이다. 127명의 임직원과 협력직 등의 숫자에 이 체제가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도록 하자. 문제의 핵심은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를 실행해 가는 방식이다. 사장의 경영을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미래형 복합콘텐츠방송사’ 선언은 어불성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난 2년간 무리한 조직개편과 인사 실패의 책임을 물을 때마다 김한광 사장은 ‘고유의 인사권’을 강조했다. 사장의 인사 권한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권한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인사권은 ‘고유하게’ 행사하고자 하면서 그에 따른 ‘고유한’ 책임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이번 조직개편은 작년 4월에 단행했던 사장 직속 미래소통위원회, 디지털 퍼스트 스튜디오, 2본부 10개 센터∙팀 체재의 연장인가, 부정인가? 미래소통위원회는 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유명무실화 됐는가? 지난 전주을 재보궐선거에서 전주MBC는 제작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한 것인가? 사장은 4본부를 두고 “네 개의 심장을 가진 활동력으로, 네 개의 엔진을 탑재한 폭발력으로 부서 간에 협업하면서…”라고 언급했다. 협업의 난맥상을 드러냈던 기존 조직의 문제점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일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권위를 앞세우며 시행착오의 책임은 줄곧 무시해 왔다. 최고의 권한을 가진 사장으로서 문제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다하는 최고 책임자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디지털 콘텐츠의 미래를 탐험합시다>라는 창사기념사는 공허하다. 탐험에 나서기만을 종용할 뿐 변화에 따른 부담과 실패를 구성원에게만 맡겨놓기 때문이다. 목표와 비전을 함께 하자고 말하기 위해서는 사장 본인이 책임을 다하면서 구성원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임기 마지막 1년을 감당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의 안착 여부는 김한광 사장이 전주MBC 역사에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하는 질문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장의 리더십은 여전히 구성원들의 시험대 위에서 위태롭게 움직이고 있다. 조합은 전주MBC 구성원이 58년간 이룩해 온 조직문화와 유무형의 자산에 역행하는 경영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창사를 자축하기에는 사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2년 전과 다르다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

 

2023년 4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전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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