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를 이끌 새 사장에 안형준 내정자가 공식 선임됐다. 지난달 30일 사장 공모를 시작으로 처음 시행된 시민평가단 그리고 최종 면접까지 한 달에 걸친 사장 선임 일정은 오늘 주주총회를 끝으로 이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후보는 공모 절차의 불공정성을 거론하며 방문진 무용론을 제기하고, 적폐 시절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주역들은 이번 사장 선임 전반을 부정하며 법적 조치까지 취했다. 여기에 지난 21일 최종 면접 전후로 안 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임 사장의 정당성과 리더십은 임기 시작도 전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공영방송 MBC를 둘러싼 외부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신임 사장의 정당성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식 차명 소유 의혹부터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개인적 비위 등 안형준 신임 사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무엇 하나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적인 책임 유무와 상관없이 공영방송 MBC 사장으로서 정당성을 잃을 만한 내용들이다. MBC의 수장에게는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한 회사의 대표를 떠나 시청자들의 신뢰로 만들어진 공영방송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갖 국가 기관이 총동원돼 공영방송에 대한 공격과 탄압을 자행하는 시점에서 사장의 법적 도덕적 흠결은 구성원은 물론 MBC를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외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진실을 밝힐 1차적 책임은 의혹의 당사자인 안 사장에게 있다. 절차상 공식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됐다고 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 이는 안 사장이 그렇게 강조한 ‘팩트’의 영역이다. MBC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조금의 숨김없이 사실관계를 밝히고, MBC 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만한 흠결이 있다면, 결코 개인의 영달에 연연해선 안 될 것이다.
또한 방송문화진흥회는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일단 사장으로 선임했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만 MBC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MBC를 관리 감독할 방문진의 의무다.
안형준 사장에 대한 의혹 규명과는 별개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구성원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출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음해와 마타도어가 횡행하고, 여러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과 음모에 대한 갖가지 풍문들도 들려온다. 이런 잡음이 커지면서 공영방송 MBC를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져 버렸다.
위기의 현실에 대한 대책,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이 넘쳐나야 할 사장 선임 과정이 전례 없이 혼탁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조합은 매우 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장 선임 절차에서도 원칙적인 문제 제기 외에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조합은 안형준 사장을 둘러싼 의혹 규명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아울러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구성원들과 공유해 상세히 제기할 것이다.
진상 규명의 시간이 늦어지고, 혼란이 지속될수록 공영방송 MBC를 균열 내려는 세력들의 공격은 드세질 것이다. 엄정한 조사, 냉정한 판단 그리고 빠른 결단만이 MBC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자 공영방송을 지키는 책무임을 방문진과 신임 사장은 명심해야 한다.
2023년 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