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보고서] ′공방 중계′에 치중한 국정감사 보도

‘공방 중계’에 치중한 국정감사 보도

 

지난 4일부터 2010년 국정 감사가 열리고 있다. 이번 국감 자체가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외교부 장관 딸 특혜 의혹’ 등 국감 이전에 제기된 쟁점들 이외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언론 보도 또한 여야 공방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뉴스는 어땠을까. 우선 양적으로 보면 지난 2주 동안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국감 관련 리포트는 27개로, 각각 29개, 30개의 리포트를 내보낸 KBS, SBS와 큰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는 부분도 있었다. <빚더미 LH 무이자대출 특혜>, <황당한 국가 유공자> 등 의미 있는 단독 기사들이나 SBS와 함께 다룬 <경찰의 인터넷 사찰 의혹> 보도는 돋보였다. 또 <이재오 특임장관 조카 채용 특혜 의혹> 보도는 방송 중 유일하게 우리 뉴스에서만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된 주요 쟁점들에 관해선 단순한 ‘공방 중계’에 그쳤다. 특히 ‘4대강 사업’에 관해선 <국감, 4대강 사업 놓고 여야 간 격돌>, <4대강 빚 어떻게 갚나, 여야 매서운 추궁>, <막말, 고성, 비아냥거림.. 여야 4대강 격돌> 등 세 번을 다뤘지만, 제목에서도 읽혀지듯 의혹을 검증하기 보다는 뻔한 여야 대립 구도를 보여주는데 치중했다.

 

야당이 제기한 새로운 의혹들, 즉 대구와 구미를 항구도시로 지정하기로 한 방침이 대통령 직속위원회의 계획서에서 확인된 점, 또 수도 요금을 올리고 4대강 주변을 개발해 사업 빚을 갚겠다는 수자원공사의 계획은 한, 두 문장으로 처리하고 넘어갈 단순한 논란거리는 분명 아닐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최종 목적이 ‘물 관리’인지 ‘대운하’인지, 사업비 부담을 또다시 국민들에게 지울 셈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분명 있다. KBS는 내용이 충분치는 않았지만, 별도 리포트를 통해 단독 입수한 수자원공사의 문건을 토대로 수공의 4대강 주변 개발 계획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도시 개발로 4대강 공사 빚을 갚게 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가 아닌지 문제제기를 했다.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감, 외교부 자녀 특혜 날선 공방> 기사를 보면 의혹에 대한 추궁 보단 고위 인사들의 반론이 리포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사퇴 후 심리적 충격’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유명환 전 장관의 행태에 대해선 한 마디 지적도 없었다. 현역 장군의 아들들이 일반 병사보다 편한 곳에 배정되는 비율이 높다는 ‘장군의 아들 군 특혜’ 논란도 우리 뉴스에서만 다루지 않았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등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에 관한 문제제기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뉴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감 전반을 평가하는 보도도 지나치게 흥미 위주였다.

 

MBC <영진위, 국감서 재탕보고서 혼쭐>, <호통 고성 천태만상 국감장 풍경>

KBS <국감 피하자! 해외로 나가는 증인들>, <공방, 논쟁 속 말말말>, <국정감사 백태…배추에 화염방사기도 등장>, <국감 소품 천태만상… 쟁점, 재탕, 감정적 공방>

SBS <호통 읍소 모르쇠… 국감장 천태만상>, <국정감사의 정치학…과연 효율적인가>

 

일부 국감을 파행으로 치닫게 한 증인들의 불출석과 피 국감 기관들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 등에 관한 비판과 문제제기는 아예 없었고, 대신 국감장에서 벌어진 해프닝 위주의 단순 스케치만 가득했다. 특히 국토해양부 국감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요구는 임신해놓고 나니 낙태시키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여당 의원의 막말을 여과 없이 옮기거나 서울시 국감장에 나온 낙지가 통 밖으로 나오는 소동을 묘사한 점 등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는 비판들이 보도국 구성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국감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감장의 ‘분위기’가 아닌 국감에서 제기된 ‘이슈’을 뉴스답게 다뤄야 한다.

 

 

‘잎’만 보고 ‘속’은 외면한 ‘배추 값’ 보도

 

배추 값 파동은 어땠을까. ‘배추 값’ 폭등이 현안으로 떠오른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주말까지 MBC와 KBS는 20개, SBS는 19개의 배추 값 폭등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양적인 면에선 대동소이하지만, 보도 내용엔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우리 뉴스를 보면 <떨어질 줄 모르는 배추 값>, <식당 개점휴업>, <서울시 배추 특별 공급>, <배추 가격 안정 대책> 등 주로 배추 값이 오르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스케치하거나 서울시와 정부 대책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여름철 잦은 폭염과 강우가 원인이라면 가격 상승이 예견됐던 일로 정부가 미리 대비할 수는 없었는지, 정부 대책이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은 아닌지 이번 사안에 관한 기본적인 궁금증마저 전혀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보도는 <국감서 뒷북 대책 질타>, <중국산 배추 해결책 되나..안전성 논란> 단 두  꼭지 뿐 이었다.

 

반면 KBS는 <이슈&뉴스- 배추수급 집중 점검>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는 물론 잦은 기상 이변 외에도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복잡한 유통 구조의 문제, 정부의 잘못된 예측, 미흡한 정부의 배추 값 안정 대책 등을 꼼꼼히 따졌고, SBS는 <배추 값 올랐지만.. 속만 타는 농민>, <[집중] 배추가 ‘금추’ 되는 과정>, <중국산 배추 대량 수입 급증..검역 걱정>, <정부, 산지 사정도 모르고…1주일만 기다려라?>, <마트보다 못한 정부 대응..전망도 대책도 허둥>, <배추 값 급락…역파동 우려>까지 현상을 전하는 것 못지않게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점검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예리한 ‘분석’과 날카로운 ‘비판’이 사라진 MBC 뉴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제 10월 들어 배추 작황이 좋아진데다 중국 배추까지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면서 거꾸로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잘못된 예측으로 대비하지 못한 가격 폭등에 이어 미흡한 대책으로 인한 가격 폭락 우려까지, 이대로 정부의 책임에 침묵하고 있을 것인가.

 

* 문화방송노보 제154호 <6면> 민실위 보고서 내용

건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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