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성장 전략, 지역방송이 예외일 수 없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을 망라하고 있어 깊은 공감과 기대를 느끼게 했다.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국민 주권을 바로 세우고, 혁신 경제와 균형 발전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향후 5년의 주요 정책이 총망라된 123대 국정과제에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방송의 생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한 줄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지역방송 종사자로서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고착화하고 지역 소멸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지역방송은 지역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자 지역 문화 창달의 핵심 동력으로서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수도권 중심의 미디어 정책과 비대칭적인 광고 시장 구조,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격랑 속에서 지역방송은 이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 캠프에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전달하며 간절히 호소한 바 있다. 이러한 목소리에 호응해 이재명 대통령은 10대 공약집에 ‘지역·중소방송사의 지역 밀착형 콘텐츠 제작 지원 및 확대 등 활성화 적극 지원’을 명시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 자료집에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중소방송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공약 항목 아래 6가지 세부 과제도 제시하였다. 때문에, 우리는 새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의 철학 위에서 붕괴 직전의 지역방송 생태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줄 것이란 희망을 품어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번 국정과제 발표는 이러한 기대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이라는 국정 목표 아래 수많은 지역 관련 정책들이 나열되었지만,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지역민의 눈과 귀, 입의 역할을 하는 지역방송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는 새 정부 5년의 기초적인 지침서로 실제 국정 운영 과정에서 고쳐지고 추가되어야 할 지점도 많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국정기획위의 기획안은 정부의 확정된 정책안은 아니며, 앞으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지역방송에 대한 재원 확충과 제작 지원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대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정부 광고 30% 이상을 지역 언론에 집행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실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 역시 이번 방송법 개정에서 누락 된 지역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한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 법제화를 포함한 지역방송의 다양한 지원을 위한 입법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이며,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고, 지역민의 삶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건강한 지역 언론이 꼭 필요하다. 사단법인 지역방송협의회는 대선 직후 논평을 통해 지역방송이 없다면 지역 권력에 대한 감시도, 산불이나 태풍과 같은 재난 재해 상황에 대한 신속한 전달과 피해 예방도, 지역민의 애환을 담아내는 일도 모두 제 기능을 상실하고, 지역은 더욱더 힘든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지역방송 지원 정책은 생존의 몸부림이며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절규인 만큼 세부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역방송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도 앞으로 대선 공약의 충실한 이행과 ‘모두가 잘 사는 균형성장’의 제대로 된 실현을 위한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 추진에 반드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
2025년 8월 14일
사단법인 지역방송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