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면 고소한다?
오세훈은 학문의 자유까지 ‘입틀막’ 하려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태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MBC 〈PD수첩〉 제작진과 앵커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PD수첩〉과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대학교 교수들까지 고소했다고 한다. 방송사와 제작진을 겁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인터뷰를 한 학자들에게까지 직접 칼날을 겨눈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짓밟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PD수첩〉은 지난 1월 6일 ‘일타 시장님과 녹지축 사업’ 편을 통해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심 녹지축 조성 사업과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의 실태와 타당성을 심층 조명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 훼손 우려에 대해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엇갈리자, 제작진은 직접 서울대학교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해 결과를 면밀히 분석했다. 〈PD수첩〉은 대규모 개발 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여러 관계자와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녹지 공간이 시민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다는 오세훈 시장의 주장도 담았다. 발로 뛴 취재와 공들인 제작이 만나, 공영방송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수작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은 ‘입틀막’으로 돌아왔다. 방송 후, 서울시는 공식 계정으로 〈PD수첩〉에 출연한 전문가들에게 일제히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인터뷰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안내해 드리겠다”며 “자료 검토 후에도 여전히 동일한 평가를 유지하는지, 아니면 판단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답변을 달라고 한 것이다. 겉으로는 정중함을 가장한 메일이었지만, 이후 9개월 동안 일언반구도 없다가 느닷없이 고소장을 들이민 것을 보면 그것은 사실상 최후통첩 식의 엄포였다.
법리적, 절차적, 상식적으로 도저히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방식이다. 인터뷰에 응한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밝힌 것은 본인의 전문성에 기반한 학문적 견해였다. 이를 논박하고 싶었다면, 구체적 근거와 반박 자료를 충실하게 내놓으면 된다. 무턱대고 방송 전체가 허위 사실인 것처럼 우기며, 경찰서에 고소장을 낼 일이 아니다. 오 시장의 진짜 목적은 명백하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 비판의 합리성 여하를 막론하고 형사 처벌의 위협 앞에 세우겠다는 노골적인 으름장이다. 〈PD수첩〉을 본보기로 삼아 모든 언론사의 취재원을 위축시키고, 이를 통해 향후 공공 정책을 검증할 길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다음 주 항소심을 앞둔 오 시장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전문가 ‘입틀막’인가. 서울시장의 권한을 이렇게 쓰라고 시민이 맡긴 것인가. 본인이 녹지축 사업을 홍보하며 “언론사들이 직접 시뮬레이션해도 된다”고 권해놓고, 정작 그 말대로 검증에 나선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고소장으로 답하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녕 서울시장으로서 남기고 싶은 업적이 이런 것인가. 언론과 학계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무도한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
2026년 10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