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16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의 노조로 구성된 사단법인 지역방송협의회,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취임 이후 줄곧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천명하셨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님의 확고한 의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천명하신 정부광고 중 방송광고부문 수수료 수익의 지역 중소방송사 지원 확대 등 ‘지역방송 재정 지원 강화’와 ‘지역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확대’ 약속은 단순한 공약을 넘어, 지역방송이 살아야 지역 여론이 형성되고,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지역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는 깊은 통찰이 담긴 국정 철학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통보한 내년도 예산안은 대통령님의 국정 철학의 실현을 기대하던 저희 지역방송 종사자들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재부는 국회 과방위에서 의결한 지역‧중소방송 지원 방발기금 증액분 157억 원 가운데 무려 152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과방위와 문체위 사이의 소관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면서 생긴 157억 원과 정확히 같은 금액을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방송에 긴급 수혈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 회의록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역방송의 생존 예산을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방발기금 수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폭 삭감해 버렸습니다. 이제껏 소관 불일치 기관에 예산을 퍼주는 실수를 기재부 스스로 저질러 놓고 그 책임을 위기 상황에 내몰린 지역‧중소방송에 전가하는 처사에 저희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예산 삭감은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역방송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는 것과 다름없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비대해진 기재부의 권한 남용을 우려하시며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신 바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재부의 독단적인 지역방송 예산 삭감 사태는, 당시 대통령님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예산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가치를 훼손하는 기재부의 행태야말로, 대통령님께서 바로잡고자 하셨던 구태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방시대라는 거대한 국정과제가 실무 부처의 손끝에 무참히 부정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방송 예산은 단순한 비용이 아닙니다. 해녀의 숨비소리, 갯벌 생명들의 속삭임, DMZ의 숨겨진 야생, 그리고 자갈치 시장의 활력까지 전국 곳곳의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지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서울 중심의 여론 독점을 막아내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입니다. 대통령님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가 기재부의 삭감 칼날에 꺾이지 않도록 막아주십시오. 기재부가 근시안적 삭감 결정을 철회하고 예산을 원상 복구하여, 지역방송이 최소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대통령님께서 꿈꾸는 지방시대의 동반자로 남을 수 있도록 기반을 지켜주십시오. 그러한 결단 하에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앞으로도 대한민국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현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뛰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켜나가겠습니다.
2025년 12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