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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김종국 사장에게 ‘지역 MBC’는 무엇인가



김종국 사장에게 ‘지역 MBC’는 무엇인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지역사 통폐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전력을 떠올리면, 김종국 사장에게 MBC 지역네트워크를 다시 복구하고 서울과 지방의 윈-윈 전략을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지역 18개사 천여 명 구성원들은 지금, 서울에서 불어오는 때 아닌 삭풍(朔風, 겨울바람)에 좌절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

김종국 사장이 지난달 지역사 사장단과의 연찬회에서 “지역사 자구책 마련”을 강조한 뒤 18개 지역사에서는 단체협약에 따라 그동안 당연히 지급돼 왔던 7월 상여금이 나오지 않거나, “지급하지 않겠다”고 사측이 통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사에서는 이미 강제안식년 시행 등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그 외 지역에서도 공식.비공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사측의 으름장이 계속되고 있다.

특별상여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노사합의 없이 사용자가 임의로 경영상 이유 등을 내세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근로기준법을 준용한 법조계의 상식이다. 도대체 회사는 얼마나 구성원들을 우습게 보길래, 법 상식을 어겨가며 대뜸 임금 삭감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광고 시장이 좋지 않고 경영 사정이 나쁜 것이 온전히 구성원들의 잘못인가.

우리는 우선 김종국 서울 사장의 한 마디에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일제히 임금 삭감에 나선 지역사 사장들에 대해 “도대체 누구의 사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사 구성원들을 지키고 지역 방송을 지킬 의지도 없이 도대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지, 언제까지 꼭두각시놀음을 계속할 것인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역MBC는 과도한 인건비 지출 등으로 경영이 방만해 구조조정이 필수’라는 본사의 인식과,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지역MBC 사측의 행태다.

사측은 과잉 인건비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최근 10년 동안 지역MBC 19개사에서 약 천명을 감축하는 등 이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애써 감추고 있다. 그 결과 11년차 기자가 보도국의 막내이거나 10년차 PD가 부서 경리 업무도 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지역 구성원들은 이를 묵묵히 감내해 왔다. 그러나 지역사의 이 같은 열악한 인력 상황은 오히려, 사측이 그토록 강조하는 ‘질 좋은 컨텐츠’ 제작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측은 또 몇 년 안에 자연 퇴직할 80년대 입사자가 많은 일부 몇몇 지역사의 인건비 비중을 강조하며, 전체 지역사의 문제인 양 호도하고 있다. 2, 3년 안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인건비 문제를 지금 ‘시급한 과제’로 들고 나와 전체 지역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는 저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처럼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김종국 사장의 독선적인 ‘지역사 길들이기’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 지역에는 김종국 사장이 지난 연찬회에서 “MBC본사와 지역사 네트워크를 묶어서 파는 결합판매 광고의 비중을 더 줄이겠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 같은 발언은 법이 규정한 방송광고 판매 주체를 망각한 언어도단이며, ‘지금의 MBC 브랜드 가치가 전국네트워크의 단단한 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위험 발언이다.

전반적으로 광고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 분담’도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것을 기존에 해 오던 방식대로 고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측이 지금 생각하는 경영 합리화 방안은,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지금이라도 구성원들의 동의와 공감 아래 씀씀이를 줄일 수 있는 부분과, 그럼에도 늘려야 하는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 주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진주와 창원MBC 통폐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김종국 사장의 ‘지역사 정책’에 대해 여러 문제를 목도하면서도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 사장이 ‘자구책’이란 미명 하에 지금과 같은 의도적인 ‘지역사 목 조르기’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를 ‘교묘히 변형된 제2의 지역사 통폐합 밀어붙이기’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2013년 7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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